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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권위에 제대로 반발하기 위한 방법]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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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권위가 지나치게 견고해 보일 때, 그것에 맞서 새로운 스타일이나 언어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이 권위란 단지 누군가의 권력이나 제도의 힘이 아니라, 클래식과 헤리티지를 통해 축적된 역사와 의식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것에 반발하려면, 먼저 그 뿌리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무엇에 반발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매너리즘에 대한 반동으로 모더니즘이 등장했듯, 지금의 반발이 미술 개념의 해체와 확장을 지향하는 것인지, 혹은 미술 시장의 유통 방식과 제도적 구조를 겨냥하는 것인지 구분되어야 한다.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부수려 한다면, 그 벽을 넘는 건 고사하고 되레 안에서 튕겨나가고 말 것이다.


미술의 권위를 지탱하는 시장과 컬렉터들, 그들은 미술사와 헤리티지, 그리고 시간을 통해 증명된 가치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어떤 작가와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는지, 그 조건을 보는 안목 역시 숙련돼 있다. 그렇기에 그 권위를 깨는 일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그들이 보지 못하는 지점을 정교하게 겨냥하거나, 기존 질서의 사각지대를 우회해 돌파하는 전략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오늘날 회화 장르에서 구상과 추상의 비율, 특히 추상 중에서도 유독 선호되는 형태는 무엇이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경계에서 예술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권위에 도전하는 일도 허공을 향해 붓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지형을 정확히 읽고 전략을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체계적인 이해 위에서만 새로운 예술 언어는 힘을 얻고, 진정한 전복은 가능해진다.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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