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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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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나 강의를 할 때마다 늘 하나의 숙제가 남는다. 수없이 고민하고 정리한 내용을 전했음에도, 그 안에서 스스로 되묻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 걸까? 이렇게 설명하는 방식이 타당한 걸까? 혹시 내 방식이 오히려 해석과 사고의 확장성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검열하듯,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계의 한 종사자로부터 인상적인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이 일상에서 접하는 분야에서 느끼는 쾌감을 설명해보라”는 것이었다. 문득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나는 미술을 보면서 어떤 쾌감을 느끼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작가를 인간적으로 이해했다는 느낌이다. 작가가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는지, 왜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아차릴 때, 마치 그 사람의 내면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듯한 뿌듯함이 있다. 또 어떤 때는 작품 속에 숨어 있는 기술적 디테일이나 구조를 눈치챘을 때 느끼는, 아주 작지만 명확한 만족감도 있다.


그보다 더 큰 쾌감은,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삶을 관조하며 얻게 되는 감동이다. 각자 자신만의 벽을 넘기 위해 애쓰고, 그 끝에서 경이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여정을 바라볼 때, 가슴 깊이 울리는 감정이 있다. 그 순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내 삶을 누군가 대신 표현해준 것만 같은 울림이다. 그것이야말로 미술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방식이고, 내가 미술 앞에서 느끼는 근원적인 쾌감이다.


나는 이 감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있어 보이기 위한 과시나 해석의 권위가 아니라,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예술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 그것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함께 느끼고 싶다.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일깨워주는 매개 아닐까.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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