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벤트와 해프닝의 차이, 예술에서 계획과 우연]

by 김도형
editorial-pg-0.jpeg

현대 예술 속에서 ‘이벤트(event)’와 ‘해프닝(happening)’은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둘 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순간을 뜻하지만, 그 일이 미리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인지에 따라 예술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이벤트’는 미리 준비된 장면이다. 예술가가 무엇을 보여줄지 정하고, 장소와 시간도 정해진다. 관객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입장에 있다.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가 분명히 정리되어 있고, 관객은 그것을 해석하며 받아들인다. 반면 ‘해프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 즉흥적으로 진행되고, 관객이 그 안에 직접 참여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예술이 갤러리나 공연장이 아니라, 현실 속 일상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예술이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냐, 아니면 함께 경험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벤트는 예술가가 준비한 내용을 보여주고, 관객은 감상하는 구조다. 하지만 해프닝은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작품에 영향을 주고, 예술이 사회나 현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한다. 예술과 관객 사이의 거리, 예술과 현실 사이의 벽을 허무는 방식인 것이다.


이벤트와 해프닝이 본격적으로 퍼지게 된 데에는 비디오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예전에는 예술이 그림이나 조각처럼 남을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면, 비디오가 생기면서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나 순간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퍼포먼스나 해프닝 같은 일회적인 예술도 기록되고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예술은 더 이상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경험하는 장면 자체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벤트와 해프닝의 가장 큰 차이는 미리 계획되었느냐 아니냐, 즉 의도와 우연의 차이에 있다. 이 차이는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연결되고, 예술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해프닝은 특히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또 비디오 같은 기술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기록되고 남겨지는지도 바꾸어 놓았다. 결국 이 두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예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벤트 #해프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도의 감각 Zero Degree of 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