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의 예술성
우리는 일상에서 아무 느낌이 없을 때 ‘무감각’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예술에서 말하는 ‘무’는 단순히 감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순간, 무언가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의 느낌, 그 미세한 움직임을 말한다.
예술은 때때로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것들을 느끼게 하려 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런 상태를 만들기도 하고, 관객이 그 순간을 스스로 느끼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이 끝난 뒤 잠시 남는 잔향, 춤이 멈춘 후 몸에 남아 있는 진동, 향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공기 같은 것들이 그렇다. 또는 피부에 스치는 바람, 거의 느껴지지 않는 온도 변화, 무게감이 사라진 듯한 공중에 떠 있는 느낌처럼 거의 감각이 없는 듯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순간도 있다. 이런 순간들은 자극이 사라지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는 어떻게 존재를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곡가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는 작품에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을 통해 오히려 관객은 주변의 미세한 소리를 듣게 된다. 예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순간이 예술의 핵심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무감각은 관객이 작품을 거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때로는 작품이 있는 공간 자체가 감각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작품보다 그 비어 있는 여백이나 주변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작품보다 관객의 감각 자체가 중심이 된다.
정리하자면, 무감각의 예술성은 감각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 사이의 긴장 속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