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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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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에서 ‘구조주의’라는 말은 유난히 자주 들리면서도 막상 그 뜻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예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자리든, 비평을 다룰 때든,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말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리고 예술에서 구조를 이해한다는 건 왜 그토록 중요한 일일까?


구조주의는 아주 쉽게 말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이면의 틀과 규칙을 들여다보자”는 생각이다. 어떤 예술작품이든 단지 작가의 감정이나 개인적 표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사회, 언어, 문화 속 보이지 않는 틀(구조)이 있다는 것이다. 구조주의는 바로 그 틀을 읽어내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성장한다”는 익숙한 흐름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오래도록 반복해온 이야기의 구조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이런 이야기나 시각 표현 속에 숨어 있는 공통된 규칙과 기호, 다시 말해 예술을 구성하는 언어의 법칙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왜 구조주의는 20세기 중반에 갑자기 중요한 흐름으로 떠올랐을까? 이전까지는 예술을 볼 때 작가 개인의 감정이나 심리, 창작 동기 같은 것에 더 많은 주목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차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 한 사람의 머릿속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언어와 문화의 영향이 더 크지 않을까? 그래서 프랑스에서 시작된 구조주의는 개인보다 사회적 규칙, 문화적 기호, 사고의 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언어학자 소쉬르,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 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조주의는 예술작품을 단지 작가의 ‘표현’으로 보기보다, 기호가 모여 하나의 문장을 이루듯, 색, 형태, 이미지가 하나의 시각 언어로 조직된 구조라고 본다. 작품을 만든 사람보다, 그 작품이 따라가는 구조적 패턴과 규칙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예술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의 문화적 틀 안에서 기호를 조합하고 배열하는 방식의 차이로 새로움을 만든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주의적 시각은 예술과 관객의 관계도 바꿔놓는다. 관객은 단순히 작가의 내면을 읽어내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작품 속에 숨겨진 구조와 언어를 해석하는 능동적인 해석자가 된다. 예술은 감상이 아니라 읽기(reading)가 되고, 작가는 창조자가 아니라 기호를 조립하는 언어 사용자로 다시 정의된다.


정리하자면, 구조주의는 예술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틀을 통해,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자 사고 방식이다. 예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보는 관점이다. 결국 “예술에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작품 그 자체보다 더 큰 맥락, 더 오래된 이야기, 더 넓은 문화적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분석을 넘어, 예술이 시대와 인간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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