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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마스터, 40대 커리어에 대한 인생고민]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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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면 누구나 커리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이 한계에 다다르듯, 젊은 시절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어느 순간 멈추고, 자신이 가진 능력의 끝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슬럼프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시기는 그동안 갈고닦아온 전문성을 어떻게 사회에서 의미 있게 쓰이도록 할지를 고민하며, 무딜 수 있는 날을 다시 벼리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40대에는 무언가 새롭고 즐거운 일이 생겨도 예전처럼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 일이 더 이상 의미 없거나, 흥미를 잃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쌓이며 ‘이 정도면 이렇게 흘러가겠지’ 하는 변수에 대한 예측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기대나 성취의 감정도 일정 부분 덜해지는 것이다. 이는 성장의 부정적 신호가 아니라, 삶을 다르게 대면하는 방식의 변화다.


게다가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40대는 이제 중간지점이 아니라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본격적인 전환기다. 50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이제는 진지하게 그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그것이 앞으로도 유효한 길인지 점검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의 단초를 찾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50에 무엇인가를 시도하려면 40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필요한 회복탄력성은 지속된 연습과 실천 속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어느 유튜브에서 인지심리학자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가 말하는 ‘전문가’의 정의가 인상 깊었다. “그 일을 정말 잘했는데도 안 기쁜 사람, 훌륭하게 해냈는데도 주변에서 별 감흥 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전문가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문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 정의는, 기술의 완숙과 인간적 반응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 심리학자는 이어서 말한다. 이제는 ‘전문가’가 아니라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가 한 분야에서의 완성도를 말한다면, 마스터는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통찰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40대까지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제는 현자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고, 융합하며, 지식이 아니라 존재로서 신뢰받는 사람, 그것이 마스터의 모습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는 단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커리어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깊이의 문제다. 이제는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스스로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살아내는 사람, 그것이 진짜 마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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