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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컬렉션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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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을 넘어, 19세기 이탈리아의 역사적 맥락과 그에 대한 예술의 응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이탈리아의 정서가 담겨 있으며, 당시 예술 사조의 흐름은 민족적 열망과 사회 현실, 이상과 감정, 그리고 민중의 삶까지 포괄하고 있다. 통일을 향한 갈망과 민족주의의 정서, 근대화의 긴장, 계층의 변화 속에서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언어로 작용했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그 언어를 다시 읽고 해석하는 여정을 걷게 된다.


19세기 이탈리아는 정치적 분열과 외세의 간섭 속에서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려는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예술은 단지 배경이나 장식이 아니라, 민족적 이상과 사회 현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특히 미술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시각화하고,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미술 사조로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그리고 베리즈모(Verismo)가 있다. 신고전주의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형식을 계승하며, 통일된 이탈리아의 이상적 정체성과 국가적 자긍심을 고전미로 구현하려 했다. 낭만주의는 개인적·집단적 열망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자유와 민족 정체성에 대한 열정을 표출했다. 이후 등장한 사실주의와 베리즈모는 급변하는 사회 현실과 하층 계급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가감 없는 시선으로 일상의 장면을 담아냈다. 특히 베리즈모는 프랑스식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되, 남부 이탈리아의 정서와 구체적 현실을 반영하며 독자적인 표현 언어를 형성했다.


이러한 사조의 전환은 단순한 양식의 변화가 아니라, 이탈리아 통일이라는 시대적 전환기에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신고전주의는 이상을, 낭만주의는 감정을, 사실주의는 현실을 그렸고,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통일이라는 역사적 흐름에 응답했다.


이탈리아가 통일을 추구한 데에는 다양한 동기가 존재했다. 경제적으로는 분열된 도시국가들이 통합될 경우 더 넓은 시장과 산업 기반이 형성되며, 산업화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오스트리아 등 외세의 간섭을 줄이고 자주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여기에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 이탈리아인들 사이의 민족주의적 열망이 더해지며, 예술과 문학, 철학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었다.


나폴리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중심지로서, 1861년 이탈리아 왕국 수립 전후로 나폴리는 군주제와 자치도시 체제를 넘어 근대적 국가 체제로 편입되는 과도기를 겪었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변동은 지역 예술의 주제와 양식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나폴리의 예술가들은 일상 풍경, 실내 장면, 여성의 삶 등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시대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흐름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민중의 목소리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나폴리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 컬렉션은, 한 나라가 근대 국가로 탈바꿈해가는 긴박한 여정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삶의 증언이 되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마이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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