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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가격 결정 방법 3가지]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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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이 미술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이 작품은 얼마인가요?’라는 것이다. 단순한 가격 호기심을 넘어, 왜 어떤 작품은 그토록 비싼지, 누가 그 가치를 매기는지, 그리고 가격 형성에 어떤 기준이 작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이 담겨 있다.


사실 미술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구조화된 체계를 보유한 해외 경매 시장을 기준으로, 미술품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세 가지 대표적인 분석 방식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경매 시장에서의 가격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만 기초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통계 모델과 수십 년에 걸친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형성된다.


첫 번째 방식은 메이–모제스 미술지수(Mei-Moses Art Index)다. 뉴욕대학교 교수진이 개발한 이 지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미술품 투자 수익률 지표 중 하나다. 이 지수는 '반복매매 모형'을 기반으로 하며,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주요 경매사를 통해 수집된 약 125년 이상의 데이터에 기반한다. 동일한 작품이 시간 차를 두고 경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될 때 그 가격 변화만을 추적하여, 미술 시장의 장기적 흐름과 자산 가치를 수치화한다. 다만 반복 거래가 가능한 작품 대부분이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상층부만을 반영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수는 미술품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두 번째 방식은 위 지수의 기반이 되는 반복매매 모형(Repeat Sales Model)이다. 이는 동일한 작품이 일정 기간 내에 두 번 이상 거래되었을 때 그 가격 차이를 활용하여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작품의 고유한 속성이나 외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가격 변화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거래된 작품은 전체 미술 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모델만으로 시장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개별 작품의 수익률 분석이나 특정 작가의 시장 내 변화 흐름을 추적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방식은 헤도닉 모형(Hedonic Pricing Model)이다. 이 방식은 반복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의 다양한 특성들이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작가의 명성, 작품의 크기, 제작 연도, 소재, 전시 이력, 소장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변수로 사용되며, 이들의 조합을 통해 가격 형성의 패턴을 도출한다. 덕분에 한 번만 거래된 작품도 분석 대상이 될 수 있고, 신진 작가나 비경매 유통작품도 포함시킬 수 있어 보다 시장 전반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변수 선택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분석자의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일정 수준의 주관성도 함께 수반된다. 이 모델은 주로 갤러리나 경매사가 작품의 적정 가격을 책정하거나, 특정 작가의 가치 분석에 활용된다.


정리하자면, 메이–모제스 지수는 장기적 시장 흐름과 미술품의 투자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며, 반복매매 모형은 동일 작품의 시세 변화를 추적하여 개별 작품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헤도닉 모형은 작품의 세부 속성을 분석해 가격의 형성 원인을 규명하고, 신진 작가나 다변화된 시장 구조를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피카소나 바스키아처럼 반복 거래된 고가 작품의 경우에는 메이–모제스 지수나 반복매매 모형이 효과적이고, 반대로 신진 작가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처음 판매하거나 가격 전략을 세울 때는 헤도닉 모형이 보다 실질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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