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미와 식의 경계에서]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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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은 단순히 입으로 먹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음식을 눈으로 먼저 감상하고, 그다음에야 입으로 맛본다. 이처럼 ‘미(美)’와 ‘식(食)’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향과 맛, 식감은 물론이고, 그 음식이 놓인 공간, 그릇, 조명, 음악까지도 하나의 ‘풍미’로 통합되어 경험된다. 결국 미식은 단순한 섭취를 넘어선 감각적 예술의 총합이 되어가고 있다.


문화예술 산업 전반도 이와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시각예술, 공연, 공간, 미식, 디자인, 패션, 기술 등은 이제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획자나 예술가, 혹은 문화 관련 종사자라면 어느 한 분야에만 머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문화는 더 이상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융복합적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곧, 끊임없이 배우고 사유해야 한다는 태도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 역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자본이자 자양분이 된다. 예술이 언제나 동시대의 감각과 사람들의 사고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태, 욕망, 감정 구조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이다.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그것을 바라보고 욕망하는지, 무엇이 지금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예술은 그 물음 속에서 존재하고, 사업도 그 흐름 위에 세워진다.


오늘날은 말 그대로 융복합의 시대다. 예술은 더 이상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과 결합되기도 하고, 기술이나 일상과도 자연스럽게 엮인다. 기존의 방식이나 분류로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어떤 분야든, 어떤 주제든 경계를 두지 않고 학습하고 탐색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음식과 예술, 음악과 패션, 도시와 공연, 이 모든 것이 기획의 이름으로 통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더는 ‘기획’과 ‘콘텐츠’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문제는 이렇게 통합된 형태가 어떤 지점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미식 안에서의 미술이 먼저였는가, 혹은 미술 안에서의 미식이 더 강했는가, 이런 출발 지점이 자주 반복적으로 호출되면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또한 대중의 감각이 높아진 시대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감각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창작자나 기획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복합적인 경험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얕은 이해로는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 시대의 예술은 ‘보는 것’과 ‘먹는 것’, ‘사는 것’과 ‘경험하는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문화예술은 단지 예쁘고 감동적인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깊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문화예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배움에 열려 있는 태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지한 탐색,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감각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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