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3주 앞두고

불안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믿으며

by 아티

퇴사까지 약 3주 정도 남았다.

이제 곧 떠나야 하는데도,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정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밟힌다.


처음 조교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큰 부담이 없었다.

함께 사업을 하던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당장 월세를 내야 했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전임자는 이 일이 시간도 꽤 남고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덥석 믿은 나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동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은 어긋났다.

함께 일하기로 했던 선임 조교는 새로운 일자리에 합격하여 갑자기 떠나버렸고,

두 명이 하던 일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교수님도, 교직원들도, 학생까지 모두 나에게 모든 것을 물어봤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거기에 출퇴근 왕복 세 시간 까지.

아마 출근한 지 3주쯤 되었을 때, 나는 이미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미 시작한 일이었고, 버텨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지금은 업무도 많이 익숙해지고 조교로서 해볼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았다.

분명 배운 것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체된 자리에서 오래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인데,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감각이 분명해졌다.


그 방향과 최대한 멀어지지 않기 위해

퇴근 후에도 매일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격주로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이곳에서 나는
버티는 법을 배웠고,
하기 싫은 일도 끝까지 해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익혔다.


그래서 이제는 떠나려 한다.
이곳을 떠난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야 원래 가고 싶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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