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 우연한 세상: 유레카
2020년 드림아트랩 4.0 사업을 수행한 기관의 총괄기획자를 대상으로 올해 사업의 주안점과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을 변경한 경험, 그리고 융복합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견해 등을 물었다.
인터뷰: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Q) 올해 사업을 기획하시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A) 사비나미술관은 2019년도에 개발된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더욱 심화한 교육방법을 기획하고자 했습니다. 그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최첨단 기술이 창작의 도구로 활용되도록 눈높이 맞춤형 교육을 개발하고자 한 것입니다. 참여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 설문을 했고, 수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자와 강사분들의 다양한 논의와 실험이 있었습니다.
내용 면에서 2019년도는 ‘나’와 ‘타자’ 그리고 ‘사물’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공간’으로 확장된 사고를 유도하며 자신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고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진행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코로나19 시대의 집콕생활이라는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나’와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본 프로그램의 핵심 기술은 MR, AI, NETWORK를 매개로 진행했습니다.
Q) 올해 사업에서 실험하시고자 하셨던 가설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실험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셨습니까?
A) 올해는 “우연한 세상 유레카”라는 부제로 참여자들이 생각과 기술에 대한 ‘우연하고 뜻밖의 발견’을 하길 기대했습니다. 개발 당시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시인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은 예술가들이 어디(무엇)에서 첫 영감을 얻는지, 일상에서의 우연히 발견된 사건이 어떻게 작품으로 발전되어 완성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에게 ‘뜻밖의 발견’은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동안 일상에서 활용되었던 기술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막연했던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 새로운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거나, 혹은 창작과정에서 만나는 뜻밖의 재미와 재능에 대한 발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본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이 더욱 구체화 되거나 다양해질 수 있었던 것은 본 프로그램이 준 가장 큰 긍정적인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교육은 최초의 계획대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올해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으로 꼽히는 예측 불가능성과 변동 가능성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불가피하게 해야 했던 비대면 교육을 위해 사업 진행에 변화를 주면서 어떤 점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셨는지요?
A) 당연시되던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화된 2020년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만들어 일상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멈춤과 격리가 장기화되면서 특히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시되었던 실제 공간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위한 몇 차례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참여자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섬세하게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당시 학생들은 이미 온라인수업에 지쳐있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염려했습니다.
특히 여전히 온라인이나 가상세계가 아닌 현장에서 오감체험은 너무 중요한 것을 알기에 전면 비대면으로의 전환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역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수도권이 아닌 평창지역을 찾아가 온라인수업이 가능한 도입 부분은 영상 수업으로 진행하고 기술과 창작과정은 6명의 최소 인원으로 시간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주제탐색-매체탐구-창작실현-전시’로 진행되었고 진행 과정과 전시는 사비나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예술교육에 접목한 드림아트랩 4.0의 테마는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이 강조되는 흐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고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일 텐데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A) 미디어아트도 기술이 부각 되면 작품의 내용이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기술이 주는 시각적, 혹은 체험적 놀라움에 과몰입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은 급속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기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면 일상에서 활용되는 기술의 편리성에 집중되어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사고는 이미 기성세대의 사고와 전혀 다른 구조일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청소년들이 이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다른 사고, 혹은 비판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부분에서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는 ‘나에 대한, 세상에 관한 탐구와 성찰’이라는 부분에서 철학가와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염려하는 많은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예술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획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을 하신 바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전체적인 주제 안에서 내용과 기술을 연결했던 기획, 개발단계에서의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찾아 평창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동안 대부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시작 전에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우려도 있었습니다. 사전 설문지를 받긴 했지만, 학생들의 관심과 태도, 그리고 전반적인 학습수준이 어떨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창작 의지가 높았고 촉박한 시간이었음에도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훌륭하게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신세계를 경험하는 탐험가였고 뛰어난 상상력을 품은 예술가였습니다.
이러한 콘텐츠가 부족했던 평창군 문화예술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셨고 참여자와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마지막 수업에서 ‘서울로 가고 싶다’고 한 학생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한 점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앞으로 수도권 중심이 아닌 지역으로의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Q) 융합예술교육을 준비하거나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이 꼭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질문을 한 가지 건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개인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무엇을”, “어떻게” 보다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기술로 시각적인 완성도 높은 창작물을 만들기에 집중하기보다 참여자들의 이해 과정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시행착오가 새로운 발견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늘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