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드림아트랩 4.0에
그려진 지도들(2)

유쾌한 - 우주창작소 : 유유쥬쥬, 우리는 외계인

by 아르떼 시민교육팀

2021년 드림아트랩 4.0 사업을 수행한 기관의 총괄기획자를 대상으로 올해 사업의 주안점과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을 변경한 경험, 그리고 융복합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견해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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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윤선 (유쾌한 대표)


Q) 올해 사업을 기획하시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A) 지난해는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온라인 예술교육이 가능한가?’를 주안점으로 두었습니다(특히 전문가 선생님들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의 부정적 견해가 있으셔서 가능성 유무에 초점을 맞춘 것도 있었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 차원과 이를 어떻게 온라인으로 전달할 것인지 두 가지를 중점으로 고민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기술, 특히 디지털은 아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환경이라는 점과 그래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아이들에게 특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술기술 융합교육의 온라인 전달에 대한 시도를 꾸준히 진행하였고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을 보며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예술기술 융합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가장 적절한 융복합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예술교육’으로 발전시키며 ‘공간의 변화’, ‘놀이적 경험’, ‘협업의 과정’, ‘난이도의 개별화’, ‘적합한 도구’를 키워드로 두었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요소를 예술을 통해 우리의 세상으로 꺼내고자 했으며, 디지털 세상은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더욱 자유로운 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올해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디지털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환경이 주어졌을 때, 이를 즐겁게 가지고 노는 방법, 그 안에서 자신의 잠재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유도하고자 했으며 어렵고 복잡한 디지털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을 놀이처럼 쉽게 풀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을 능동적인 표현 도구로 사용하고, 예술적인 방법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동행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스스로 시도하고 발견하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 드림아트랩은 충분한 실패와 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연구 과정을 두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연구를 진행하시는 과정에서 경험하신 실패와 착오는 무엇이었습니까? 만일 실패와 착오가 없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올해 교육에서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 기술과 만나는 이유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가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영상 형태로 스토리를 전달했습니다. 캐릭터 대사를 통해 디지털의 속성을 설명하고 우주 이야기의 서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본 설계와 영상 제작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영상에 대한 집중도가 낮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학습 내용을 쉽게 풀어낸 영상보다 반짝이는 불빛 하나에 더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중요한 것은 ‘상상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던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들이 만든 작품에 반응하는 것에 반해 영상은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 일방적 전달 방식이었습니다.


공감과 소통, 상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 고안한 이야기 전달 방식은 ‘편지’였습니다. 대사를 듣는 것보다 글을 읽는 게 어렵고, 전달력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오랜 시간 편지를 읽어가며 이야기에 몰입했습니다. 편지가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영상과 달리, 오로지 나에게 전달되는 내용, 나에 대한 공감, 나의 마음을 답장할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발달장애 아이들도 텍스트라는 정보만으로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동시에, 상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백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Q)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도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하거나, 대면 교육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변함없이 유지하고자 하셨던 바는 무엇이었습니까?

A) 작년에 비대면(온라인)으로 교육을 하면서 온라인 교육의 필요성과 아이들이 기대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는 점을 인지했습니다.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선생님과의 소통을 즐거워했으며, 바로 옆에 친구가 앉아있더라도 화면 속에 친구 얼굴이 나오면 재미있어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싶어 했습니다.


작년 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책상과 노트북, 이어폰이라는 고정적인 자세가 아이들을 강제적으로 집중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나이의 비장애인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거나 긴장하는 모습과 달리 발달장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 즉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1:다수로 만나는 대면보다 훨씬 개별화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교사들과 1:1로 만난다고 인식하였고 이런 점이 아이들이 좀 더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 역시 디지털 기기가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그들이 경험한 것은 매우 수동적인 디지털 활동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디지털을 예술 활동의 도구, 자기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하여 무한한 가능성의 경험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질문을 조금 바꿔 비대면 교육의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시각,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이 모여 공감각적인 공간을 경험하는 순간이 부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단점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는 한 마디로 ‘예술적 경험’이며, 새로움이 주는 영감, 나를 대입하여 상상하고 나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내는 창작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비대면 상황에서도 익숙함과 낯섦의 조화를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낯설기만 한 디지털 상황에서 무언가는 익숙한 요소여야 했고 반복적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낯섦과 익숙함 사이 어디에서 우리는 예술적 경험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쉬운 것, 우리만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부터 출발하자고 생각하였습니다. 매시간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수업 도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익숙한 환경을 조성하고 적절한 정도의 낯선 경험을 더해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예술 탐험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 차시 제공되는 다른 링크의 QR코드는 ‘오늘 어떤 활동을 할까?’라는 궁금증과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편지를 통해 ‘우주의 나’와 반복적으로 소통하며 ‘우주의 나’에게 말을 걸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편지가 결국에는 교사와 아이들이 소통하는 미디어가 되었고 이 미디어는 아이들이 우리를 신뢰하고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아이들 개인에게 맞춰진 개별화 교육이 여기에서부터 가능하도록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회고하자면 이 편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모먼텀이었습니다.


Q) 드림아트랩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합니다. 이를 흔히 '융합'이라 부르지요. 그런데 이 표현은 주로 결과를 떠올리게 해서 과정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남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기술과 예술 사이의 무게중심입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수준이 다른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로 개입할 것인지 등의 고민이 발생하는 것을 예로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이처럼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계하시면서 가지셨던 무게중심(밸런스)에 관한 고민을 소개해 주세요.

A) 저희는 기획 단계부터 기술적 난이도보다는 기술의 예술적 활용에 무게중심을 두었습니다. 한 시간의 수업을 하더라도 기술을 통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작년에는 새로운 기술을 잘 습득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단계적인 숙련의 과정이 있었다면, 올해는 과감히 기술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기술을 만나는 방법에 집중했습니다. 기술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만났냐’보다 ‘어떻게 만났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디지털 세상의 3차원을 이해하기 위해 3D 모델링 캐릭터를 그려보자’ 라기보다는 ‘우주 속 나의 행성으로 가기 위해 나를 디지털 세상의 3D 캐릭터로 표현해보자’와 같이, 아이들이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도구로 기술을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올해 과정의 핵심이었습니다.


‘기술이 어렵다.’라는 피드백이 점차 줄어들었고, ‘디지털 세상이 신기해요.’ ‘더 여행하고 싶어요.’와 같은 감상과 경험에 대한 피드백이 증가했습니다. 결국, 기술을 경험하는 것과 기술과의 만남 자체를 예술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술과 예술의 결합, 그 무게중심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구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을 하신 바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올해 초 설정한 연구 문제 중, 발달장애 청소년의 협동 학습과 탐구를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 특성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예술 활동을 통한 자연스러운 협업,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미션을 통한 탐구 과제를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우주를 모험하는 이야기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과제를 설정하자 아이들은 곧바로 서로의 아이템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상대방은 무엇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하나로 모아 같이 고민했습니다. 언어적 소통이 주가 되지는 않았지만, 예술 활동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협업과제와 탐구과제가 가능하다면, 자기학습도 가능할 것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설정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은 주변의 과잉보호로 인해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학습 의존도가 높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이들 스스로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자신의 학습속도 및 수준에 따라 난이도와 단계를 선택할 수 있는 미션지, 디지털 화면을 보기 쉽게 옮긴 종이화면, 한 줄 한 줄 읽고 실행할 수 있는 설명서까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미션을 하나 성공할 때마다 작은 보상을 제공하니 아이들은 혼자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고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자기학습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이러한 학습 가이드 방식이 장애 정도의 스펙트럼이 넓은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개별화 학습으로서도 기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참여한 학생들이 드림아트랩에 참여한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기를 기대하고 또 소망하시나요?

A) 작년에 만났던 아이 중 몇몇은 같은 기관에서, 혹은 다른 기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동반되었겠지만, 융합예술교육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은 기술을 예술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났던 아이 중에서는 수업을 통해 디지털 아트에 큰 흥미를 느끼고 매일 같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별한 건, 자신의 일상 이야기에 우주의 스토리를 더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한 것,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이를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기술적 경험, 예술적 경험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 아이는 지난 1년간 자신의 작품을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소개했습니다. 상상하고 창작하고 공유하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미디어 아티스트의 모습이었습니다.


올해의 사례로는, 수업을 통해 마음을 열고 말문이 트인 학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폐 성향이 강해 소통이 어려운 아이였는데 수업이 끝날 때쯤 처음으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아이들 모두 놀란 상황에서 저희가 발견한 것은 ‘자기 확신’입니다. 대체로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 시도에 많은 두려움을 겪습니다. 어쩌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밖으로 표현하면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그리고 확신이 분명해졌기에 목소리를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ART+TECH 상상공장과 만난 아이들이 이 경험을 즐겁게 기억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교육 마지막 시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행성을 열쇠고리로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행성의 뒷면에는 디지털 우주로 입장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고, 아이들은 이 링크를 통해 언제든 자신의 우주, 자신의 행성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수업은 이 열쇠고리처럼, 내가 원한다면 나의 꿈이 현실이 되는, 이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시작으로 남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디지털 세상에서 혼란을 겪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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