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떼 시민교육팀 Feb 02. 2023

'누군가'를 만나 함께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민교육팀 인터뷰

교육 대상부터 내용과 방식까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엄마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어떤 관심과 배경에서 제안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준비되었을까.




강지웅(이하 ‘강’) :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예술(교육)가들을 조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르떼 시민교육팀(이하 ‘팀’) : 저희가 평소 지원사업 업무를 하면서 사업의 형식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서로 많이 이야기해왔어요. 특히 현장과 소통하면서 행정의 절차나 딱딱한 용어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부분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거든요. 저희들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분들과 동료로서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을 때도 있었는데요. 평소 본의 아니게 오해(?)를 자주 샀던 예술(교육)가들께 기분 좋음을 선사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런 오해를 줄이면서 현장과 더 온전히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을 발휘해 한 번 새롭게 접근해보자는 마음과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강 : 사업공고를 초대장 형식으로 만드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 형식을 떠올리고 결정한 계기나 배경도 궁금해요.

팀: ‘초대’의 형식은 이런 저희들의 의도를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리게 됐어요. 이번 사업이 그동안 지원사업이 주목하지 않았던 대상과 방법을 시도해보자는 제안의 성격도 있는 만큼 “이런 프로젝트를 주관기관이 만들어봤어요, 함께 해보지 않으실래요? 평소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셨던 분들이 계시면 와주세요...”하고 말을 걸고 싶었어요. 지원과 관리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교육형식과 행정 처리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대신 평소 예술(교육)가들이 교육 대상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가까운 인물들을 교육에 초대해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진흥원은 예술(교육)가들께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보자는 초대를 하는 셈이고, 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술(교육)가들은 평소 교육 대상으로는 만나기 힘들었던 가까운 분들을 초대해야 하니 ‘초대’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프로젝트가 연말에 진행되기도 했거든요. 예술(교육)가들께서 이 프로젝트를 새로운 공간에 방문하는 것 같은 기대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었고, 가까운 분들과 함께 진행하실 문화예술교육이 어쩌면 더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연말 파티처럼 즐겁게 떠올리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서 초대장 형식을 정하게 되었어요.


강: ‘엄마’를 사업명에 넣으신 것도 흥미로웠어요. 음, 약간 치트키를 쓰는 느낌이랄까요? '엄마'는 참 오묘한 단어 같아요. 듣자마자 확 잡아당기는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단어면서도 막상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수만 가지의 의미가 담긴 단어잖아요. 그래서 이 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동기도 다양하고, 하시게 될 교육도 다양하겠다는 기대가 들었어요. ‘나와 가깝게 지내지만 내가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엄마’에 담으신 상징을 설명해 주셨잖아요. 그 상징을 담으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팀 : 실제로 저희 팀원 중 한 분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정하긴 했어요(웃음). 그분은 공연이나 전시 관람하시는 걸 좋아하시는데 문화예술교육에는 한 번도 참여해보신 적이 없으시대요. 저희가 일하면서 만들고자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일상이 그분께는 아직 닿지 않은 셈이잖아요.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예술(교육)가분들은 어떠실까 싶었어요. 현장에서 많은 경력을 쌓으시는 동안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누리시는 시간도 충분히 가지셨을까 궁금했어요.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다른 팀원은 문화기획자로 일하는 친구에게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언젠가 본인이 기획한 전시에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방문하셨는데 그제야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시게 된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고 했어요. 평소 하는 일에 대해서 자주 말씀을 드렸는데 직접 와보시기 전까지는 막연해하셨던 것 같다고요. 그래서 부모님께 전시 주제부터 참여작가와 작품들을 설명해드리는데 굉장히 쑥스러운 한편으로 자기 일을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고 해요. 그날 이후로 친구가 하는 일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 섞인 잔소리 대신 격려를 더 많이 해주셔서 진작 초대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기도 했대요.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가면서 누군가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일에 대해 정작 그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는 일을 잘 몰라도 가까운 사람이니까 일단 응원하겠지만, 하는 일도 잘 알면서 응원하면 더 좋겠다고요. 그래서 ‘나와 가깝게 지내지만 내가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의 대표로 ‘엄마’를 정하게 됐어요.   


강 : 이 사업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정의해보자’라기 보다는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차분하게 살펴보자’는 뉘앙스랄까요? 평소의 어떤 생각과 고민이 이런 제안으로 이어졌을지 궁금해졌어요.

팀 : 주제와 내용이 달라도 지원사업 업무를 할 때마다 ‘문화예술교육’의 뜻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은 문화도 예술도 교육도 아우르니까 의미가 굉장히 넓잖아요. 그만큼 의미도 다양할 수 있으니 지원사업에서도 유연한 해석과 접근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문화예술교육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요. 문화예술에 대해 오랫동안 많이 생각하고 작업해온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누군가를 만나 자연스럽게 나누고 또 함께한다면 그걸 근사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예술(교육)가분들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꺼내실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어요. 함께하는 사람, 그들과 함께 할 활동 등. 평소와 다르게 접근했지만 정말 다를지, 예술(교육)가들도 그렇게 받아들이실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준비했어요.


강 : 차분한 이미지 한편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그동안 닿지 못했던 영역을 짚어보자는 적극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이 사업을 통해 예술(교육)가들이 하시게 될 교육이 대부분 처음 하는 시도일 것이라는 점에서요.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곳에 직접 발을 내딛는 건 긴장되는 일이지만 또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설레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기획하시면서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그려보셨을지 궁금해요.     

팀 :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질지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는 평소 교육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가까운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면 어떤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더 컸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느 쪽으로든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술(교육)가들이 어떤 상황이든 잘 마주하시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중심으로 상황 자체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 더 집중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운영 기간이 짧아서 예술(교육)가들이 교육 내용과 활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하실 것이라는 예상은 했어요. 예술(교육)가들이 대상으로 정하신 분들을 어떤 방식과 언어로 초대하실지 궁금했어요.     


강 : 이 사업이 전개되는 과정을 그려보면서 어쩌면 예술(교육)가들이 처음 마주하는 감정이 쑥스러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내가 하는 일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잖아요. 정말 어려운 일이어서가 아니라 안 해봐서 어색하고 낯설어서 쉽지 않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이 사업을 하면서 예술(교육)가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순간이 예술(교육)가들께 지지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초대장을 만드신 건가, 역시 빅 픽처가 있었어! 싶었어요(웃음). 이 사업을 통해서 예술(교육)가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지 궁금해요.

팀 :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에서 뵌 한 작가님께서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시면서 자신이 처음 예술을 좋아하게 되었던 시간과 그때의 감정들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예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처음이요. 그 말씀이 무척 반가웠어요. 저희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상상했던 지점이기도 했거든요. 문화예술교육이 창작이나 전시와 가장 다른 점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잖아요. 예술(교육)가들께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어하는 것으로 누군가와 함께하신다면 함께하는 분들께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삶을 살아가는 힘과 위로를 건네는 것으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예술(교육)가들이 좋아하시고 힘을 다하시는 일에 가까운 사람을 초대하는 즐거움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복제의 정당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