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LAB - Z플래닛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20년 드림아트랩 4.0 사업을 수행한 기관의 총괄기획자를 대상으로 올해 사업의 주안점과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을 변경한 경험, 그리고 융복합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견해 등을 물었다.
인터뷰: 김서진 (ABC LAB 대표)
Q) 올해 사업을 기획하시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A) ABC LAB은 ‘프로젝트42’라는 이름으로 이번 드림아트랩 4.0을 시작했습니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숫자 ‘42’처럼 기술의 탐구와 예술적 사유를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ABC LAB에서는 예술에 있어 기술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표현의 도구이자 실현의 도구로 작동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가 예술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ABC LAB은 기술을 인간 감각의 확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며, 상상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구현하고 하고자 했습니다.
Q) 올해 사업에서 실험하시고자 하셨던 가설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실험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셨습니까?
A)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라는 장르는 여러 가지 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비, 공간, 기술적 난이도, 기술과 표현의 융합 등 구현을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요소들은 우리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42: Z플래닛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이러한 장벽을 조금 낮추는 실험을 하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가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42키트’만 있으면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설을 언택트 방식으로 수업이 전환되면서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든”으로 변경했습니다. ‘42키트’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는 컨템포러리 미디어인 ‘몸의 움직임, 피지컬 컴퓨팅, 비주얼 그래픽’ 세 영역을 다룰 수 있는 키트입니다.
히치하이커들의 집으로 배송된 ‘42키트’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실험하고 시도하기를 기대했습니다. ‘42키트’는 요원들의 선택에 따라 구성된 일종의 아이템들이었고, 히치하이커들은 이 아이템들을 조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Q)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교육은 최초의 계획대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올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으로 꼽히는 예측 불가능성과 변동 가능성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불가피하게 해야 했던 비대면 교육을 위해 사업 진행에 변화를 주면서 어떤 점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셨는지요?
A)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몸의 쓰임이었습니다. ABC LAB의 B는 ‘Body-based learning’를 의미합니다. ABC LAB은 체화되는 경험을 배움에서 주요하게 다루는데 이번 언택트 방식의 교육에서는 이 몸으로 경험되는 배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몸의 경험은 머리를 통한 지식습득을 넘어서, 몸을 통해 지식을 체화하고 몸으로 창의적인 순간을 만들고 서로가 연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택트 방식으로 운영된 교육은 이러한 경험을 만들기에 제한이 있었지만, 새로운 몸 경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서 오히려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일직선 상에 두고 몸의 경계를 더욱 확장하여 가상에서도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몸의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예술교육에 접목한 드림아트랩 4.0의 테마는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이 강조되는 흐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고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일 텐데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A)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ABC LAB에서는 예술에 있어 기술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표현의 도구이자 실현의 도구로 작동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가능 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가 예술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ABC LAB은 기술을 인간 감각의 확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며, 상상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구현하고 하고자 했습니다.
Q)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획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을 하신 바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드림아트랩 4.0 사업의 특성상 기획개발의 단계와 교육 운영의 단계가 이어져 있어, 도달해야 하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요원들, 연구원들 간의 목표도 분명했습니다. 목표가 분명하면 스텝과 스텝을 계획적이고 순차적으로 밟아가면서 앞만 보고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되는 그림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42도 처음에는 그런 상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기획개발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지점들-계획하지 않았던 기술과 매체를 알게 되어 기획의 범위를 확장했던 일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서 언택트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 방안을 찾게 되었던 일들-덕분에 우리 사고방식의 범위나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짐을 경험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고 구경하고 빙 돌아서 도착한 것 같습니다.
덧붙여, 기획총괄을 했던 개인으로서는 요원들 각각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어 이를 새로운 발견, 의외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융합예술교육을 준비하거나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이 꼭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질문을 한 가지 건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 “나의 예술적 경험은 어떻게 배움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 과정이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강의를 할 때, 현장에서 곧 만나게 될 학생이나 선생님들께 늘 첫 번째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만들고 이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예술적 경험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100명이면 100가지 색깔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의 예술적 경험이 무엇이고 어떠한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첫 예술 경험은?’, ‘내가 예술에 빚진 기억은?’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예술과 나의 관계를 파악한 다음 그렇게 경험한 예술을 어떻게 배움(교육)에 반영하게 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기술을 접목한 융합예술교육이든 단일 예술 장르를 통한 예술교육이든지 말입니다.
기술을 활용한 융합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떻게 기술을 바라보고, 또 이를 어떻게 경험했는지, 자신의 예술작업에는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술을 활용한 융합교육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나와 연결되는 예술, 기술, 배움에 대한 나의 경험과 관점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