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간이 빡빡하게 돌아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오히려 시간에 더 쫓기며 사는 기분이 든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잘못 살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면 예전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그 밖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해야 맞겠지. 그러나 지금은 건강식 챙겨먹는답시고 혼자 안하던 요리도 매일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집 청소도 자주 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1순위로 두었으니 하루에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은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활동시간들을 다 빼니 정작 일 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현실. 아직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변변치 않은 이 일에 온 에너지를 쏟아 부어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이 조금 답답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딱 드는 생각은.. ‘가정부를 두고 싶다.’ 였다. 나 혼자 사는 이 좁은 집에서 무슨 해야 할 살림이 그리 많겠냐는 반문이 쏟아지겠지만 하루 세끼 챙겨먹는 시간이 생각보다 엄청 든단 말이지..! (사실 난 두 끼만 먹는데도 그래.) 게다가 먹기만 하나.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세탁하는 시간까지.. (아, 워킹맘들 정말 불쌍하고 존경한다.)
요즘은 정작 좋아하는 글 쓰기도 잘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못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뭔가 자꾸 인생이 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려고 한다. 이 때쯤이면 이미 방황기(?)를 끝내고 안정을 찾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얼마나 바보 같았던지..
여덟 달 전 나는 연말이 되는 이 때 쯤 한 편의 에세이를 만들 포부를 갖고 있었다. ‘암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찾은 일인’ 뭐 이딴 소재거리로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하고 내 멋대로 당선되어 뭇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얼마나 조급하고도 허황된 바램이었던가.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