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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Nov 27. 2021

 뿌듯한 한 해들 보내셨나요?

 눈이 오지도 않는데 마치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밤처럼 고요하다. 아, 정말 곧 크리스마스야.

 

 한 해를 또 덧없이 보내고 있다. 뭔가를 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으니 덧없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까. 아니, 성과가 없으면 그냥 무용지물이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인간실격’이라는 드라마를 며칠간 밤을 새서 몰아본 적이 있다. 드라마 첫 화부터 날 오열하게 만들었던 전도연의 연기 덕분이었다. 극중 부정(전도연 배역)이 아버지를 부여잡고 울던 그 씬, 마흔이 넘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며 자책하던 그 대사 때문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지독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기 위함인데 이 드라마는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외면하고 싶었던 현자타임을 선물했다.  세상 잔인한 감독 같으니.

 그나저나 젊은 나이에 이미 모든 걸 다 이룬 전도연이 어떻게 그런 연기를 그렇게도 잘 해 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을  대사에  감정이입은 어떻게 했을까.


 “아버지, 난 실패한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너무 못났어. 노력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어. 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됐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외로워. 그냥, 사는 게 너무 창피해. 나는 아버지보다 더 가난해 질 것 같아요. 더 나빠질 것 같아. 아버지, 나 어떻게 해요. 난 자격이 없어.”     


  쓰면서도 눈물이 난다.      

 

 세상의 ‘아무것도 아닌 이들’을 위하여, 메리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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