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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기술의 천사와 악마

돌파매수와 눌림목 매매법

by 이라IRA

데이 트레이더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돌파 매수와 눌림 목 공략.

호황기 때 돌파위주의 공략은 고수들이 온갖 허세를 부리며 화려한 수익을 뽐내기에 딱 좋는 매매법이지만 요즘 같은 롤러코스터 장에서는 분명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전 고점을 돌파하는 척 했다가 밑으로 곤두박질시키는, 일명 ‘트랩trab’의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장이기 때문이다. 트랩에 물리면 답도 없고 길도 없다. 손 빨고 우는 수 밖에.

망할 세력들이 장난을 칠 때면 개미들이 팔 다리 한쪽씩 잃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지독히도 당했던 터라 별안간 나타난 빨간 불기둥이 빨간 장갑을 내밀며 아무리 유혹해도 지금의 나는 꾹 참고 버틴다. 이 돌파 매수를 오늘 안하면 왠지 허탕치는 날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이제 그 매매는 절대 하지 않을 만큼 나의 주식 멘탈이 어느 정도는 튼튼해 졌다.

문제는 눌림목 공략이 약간 지루하다는 거다. 사람의 본성과 배치되는, 떨어지는 놈을 공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원하는 위치에서 잡더라도 바로 올라가주는 경우보다는 일정시간을 기다리다 올라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매매를 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은 필수라는 얘기. 고맙게도 매수하자마자 바로 올라가 주는 녀석도 나오긴 하지만 보통은 몇 분에서 몇 십분, 혹은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나 이틀 후에야 올라가는 놈도 있다. (물론 주식에는 100% 확률이란 없게 때문에 계속해서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나오지 않을 때에는 손절해야 한다.)

따라서 눌림목 매매는 돌파 매매와는 다르게 지루한 시간이 자주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단점일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여유롭게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람 성격에 따라서 맞는 매매법을 택하면 되겠지만 사실 난 성격이 급해서 돌파매매가 더 맞는다는 게 함정이었다. 나 같은 성격에 눌림목을 공략하고 나서 기다리는 시간은 말 그대로 복창 터지는 시간이다. 사 놓은 종목이 그날따라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좀벌레처럼 기고만 있을 때면 고구마 세 개를 삼키지도 못하고 물고만 있는 기분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엄청난 물량을 때려 넣고는 모든 개미들을 끌어 모으는 외국인 혹은 기관과 같은 세력, 나는 이들을 나폴레옹이라고 부른다. 나폴레옹이 등장하면 뒤이어 혁명군인 수퍼 개미가 따라붙고 이에 동참하는 나와 같은 시민 개미떼들이 너도나도 몰려든다. 마치 남의 나라 나폴레옹이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라도 구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이 때 주가를 올려주는 세력들이 나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다.

( 각주.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왕정을 유지했던 주변 국가들은 왕과 왕비를 끌어내어 단두대에서 처형시켰던 프랑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위기감을 느낀 이들은 혁명정신이 자신의 왕국과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국 모두와 연합하여 프랑스를 공격하는 총 공세를 벌인다. 주변국들로부터 전세에서 형편없이 밀리던 프랑스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이가 바로 나폴레옹이었으니, 그는 주변국들을 차례로 굴복시키고 점령하여 결국 프랑스를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마침내 프랑스의 영웅, 종국에는 스스로 황제가 된다.‘는 프랑스 역사 이야기였습니다.)


눌림목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날카로운 타점을 잡아낼 줄 알게 되면 그보다 더 좋은 신세계가 없다. 이 매매법을 완전히 몸에 익히게 되는 순간, 비교적 안전하면서 꾸준히 단타를 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니까 말이다. (물론 기법보다는 재료 보는 눈과 종목선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매도는 일봉 상 바로 위에 있는 이평선 부근에서 팔거나 그 날 종목이 강하다 싶으면 저항 이평선에서 반만 매도하고 반은 홀딩하여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도 좋다. 그러나 주식이란 것이 참 이상해서 반만 매도하면 나머지 반은 기다렸다는 듯 떨어지고 전부 매도해버리면 주가가 활개를 치고 더 올라간다. 나만 놔두고 올라가는 놈을 실연당한 사람처럼 망연자실 바라보는 수 밖에는 없다. 나 버리고 가버린다고 따라가는 건 금지다. (원칙을 깨는 순간 주식 계좌는 순식간에 박살난다.) 떠난 연인은 쿨하게 보내는 수 밖에. 매수는 기술이라고 하지만 매도는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빠져들수록 더 묘한 주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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