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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계좌는 안녕하신가요?

by 이라IRA

‘미수나 신용대출에 손을 댄다면 순식간에 깡통을 찰 것이고 손을 대지 않는다면 깡통은 서서히 차게 될 것이다.’ 단기매매를 주로 하는 사람들을 두고 고수들이 한결같이 해 주는 조언이다. 단기매매로는 반드시 돈을 다 잃을 거라는 얘기이다.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조언한다. 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되 주식은 중장기로만 가져갈 것. 존 리도 그랬다. 단기매매는 돈을 그냥 시장에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그걸로 절대 돈을 불릴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처음엔 이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천천히 계좌 잔고가 줄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일인으로서 그들 말대로 나는 서서히 깡통을 차는 케이스인가 보다. 신용이라도 써서 차라리 순식간에 차는 게 나은 건지, 지금 나는 자처해서 셀프 고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조금씩 피를 말리고 있는 꼴이랄까.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말이야, 단기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투자자 중에는 분명 매 달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주식으로만 달마다 생활비를 벌고 차곡차곡 계좌까지 불려나가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진정 이들은 다 사기를 치고 있는 걸까?

이들을 살펴보면 거의 이 바닥에서 10년 이상 해 온 사람들이다. 10년 후에도 살아남은 자들. 모진 세월동안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생존한 자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만 속칭 ‘주식고수’라고 칭할 수 있다. 그래서 단기매매 고수들은 나같은 평범한 개미들 사이에서 신격화가 된다. 우리에겐 그들이 하느님이지.

푸틴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이고 덕분에 환율과 물가는 미친 듯 날 뛰기 시작했다. (망할 푸틴..) 파올은 금리를 몇 번에 걸쳐 얼마씩 올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그 때마다 힘없는 국내시장은 요동을 친다. (망할 파올) 지금은 역대 최악의 장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어떤 이는 지금이 장기 스테그플레이션의 초입단계라고 한다. 이 불황이 몇 년을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

지수 이기는 종목 없고 시장 이겨먹는 고수 없다고 이럴 땐 그냥 손을 놓고 쉬어야 하는 게 답이다. 나도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또 쉽게 그리 되지도 않는 것이 어리석고 욕심 사나운 개미의 애환이다.

하락장에서 매일 얼마씩 벌었다고 허세를 부리는 놈들은 일단 다 사기꾼이다. 하락장에서는 가진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성적표이다. 이제는 그걸 알겠다.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 공격적으로 베팅을 한다는 건 그냥 ‘파친코’에 자신의 돈을 때려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도박이라는 얘기.


요즘, 당신의 주식계좌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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