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emis Jun 26. 2020

반쪽의 이야기 (The half of it, 2020)

영화의 5가지 대담한 선

The half of it은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Alice Wu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인 Saving Face(2004)를 통해 이 감독을 알게 됐고 그녀의 소신 있는 행동으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많은 제작자들은 영화의 대본만을 팔 것을 제안했지만 감독은 중국계 미국인들의 고유한 이미지를 지켜내기 위해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런 맥락으로 영화의 메인 캐릭터들은 아시아인이다. 감독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IT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었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 수업을 듣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어쩌면 그 결정이 좋은 그림에서 더 나은 그림을 얻기 위한 그녀의 '가장 대담한 선'이 아니었을까.



백인들이 대부분인 작은 마을에서 아빠와 살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Ellie Chu (Leah Lewis)는 친구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 그녀의 이름 때문에 Chu Chu라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똑똑하고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반 친구들의 에세이 숙제를 대신해 주며 용돈을 번다. 미식축구부 선수인 백인의 Paul Munsky (Daniel Diemer)는 단순하고 착하지만 글로 자신을 세련되게 표현할 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보낼 러브레터를 글 잘 쓰는 Ellie에게 부탁한다.   Paul 이 좋아하는 라틴계의 Aster Flores (Alexxis Lemire)는 예쁘고 인기 있고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언제나 내면의 갈등과 외로움이 있다. 각각 인물 개인의 복잡성과 특이성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발전하는 과정들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 우정, 가족, 사랑, 종교 그리고 인종에 대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영화는 전형적인 십 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좋은 영화에서 훌륭한 영화가 되기 위해 감독이 보여준 5개의 대담한 선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이다.




1. 개인의 정체성 : 존재하는 것은 변화한다(Being is becoming)


사물의 존재 의미를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ontology에서 Becoming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했다. “변화(change)” 되어가는 (Becoming)” 제외하고는  세상에 일정하게 고정된 것은 없다. 그리스 철학자는 어떤 인간도 같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 핵심을 말했다. 철학에서 되어가는 (Becoming) 개념은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 혹은 변화하는 상태 그리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발생되는 흐름으로써 움직임과 진화와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외부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 영화는 "Being is Becoming"을 보여준다.


러브레터 대신 써주기를 통해 시작된 Ellie와 Paul 교류는 그들 각자 자신에게 변화의 시간이 된다. 백인들과 같아지거나 동화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지만 그들과 교류하지도 않았던 Ellie는 Paul 통해 닫혀 있었던 마음을 열고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음식 비평가에게 Paul의 새로운 요리법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Aster 혼자 짝사랑하는 Paul 격려하며 그를 응원한다. Aster는 가장 혼란스럽고 수동적인 인물이다. 좋은 그림을 마지막 한 선으로 전부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그림을 아예 포기해버린 Aster는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지 늘 궁금하다. 남자 친구가 있지만 Paul과 데이트를 하고 교류한 많은 텍스트를 통해 처음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여자인 Ellie라는 사실에 자신은 그녀와는 다르다고 확신한다. 그런 혼란함 속에서 Aster는 Ellie를 통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최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선택에 스스로 질문하며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예술학교 진학을 준비한다.


우리는 모두 적당히 모순적이고  모순 속에서 자기반성적 태도를 발견할  있다. 무신론자이지만 외로운 Ellie, 시험에 속임수를 쓰고 싶진 않지만 러브 레테를 남에게 부탁하는 Paul 그리고 인기가 많지만 외로운 Aster. 모순적인 양면성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길을 잃지 않는다면  새로운 발견을  수도 없을 것이다.


2. 우정 : Ellie과 Paul 그리고 Ellie과 Aster 


Ellie과 Paul


Paul은 친절하고 착하다. 영화 전반적으로 가장 일정하게 두드러진 그의 특징이다. Ellie를 놀리는 친구들을 쫓아내고 그녀와 그녀의 아빠를 위해 타코 소시지를 만들고, talent show에서 고장 난 피아노 때문에 당황하는 그녀를 위해 기타를 건네준다. Paul 은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Ellie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뛴다. Paul은 백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두 개의 다른 트랙에서 감정적 교차점이 없던 그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계기가 되어준다.

Aster에게는 Ellie가 새로운 길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준다. 여자끼리 같이 시간을 보내지만 남자들에 관한 잡담보다는 문학, 예술, 믿음과 삶의 방식 등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교환하며 서로의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Aster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외로움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아는 Ellie는 그녀가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정의할 수 없는 여러 방식의 사랑


Ellie과 Aster


Ellie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Aster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주고받는 많은 텍스트를 통해 Ellie는 Aster의 생각과 취향 그리고 그녀의 내면을 탐험한다. 사랑은 완성된 그림 자체만이 아니라 그림을 그려내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 시간 속의 상호적인 교류에 의한 것임을 우리는 안다.

Aster는 비밀장소인 온천 Ellie를 데리고 간다. 수면  그녀들의  얼굴은 영화  신에서 언급된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얼굴 같다.  개의 다리,  개의 ,  개의 머리 하지만  개의 얼굴. 본래   얼굴의 성은 무엇이었을까. 분리된  개의 몸의 얼굴에 대한 진실은 묻힌  남녀의 성으로 인간이 해석하고 정의한 것은 아닌가.

Paul은 오직 한 가지 방식의 사랑만을 믿었다. 그 외의 사랑은 <죄>다. 하지만 사랑을 위한 노력이란 이유로 자신이 아닌 척 지내는 동안 삶에도 사랑에도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사랑의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세 인물들의 로맨틱 사랑과 더불어 감독은 가족의 사랑도 곳곳에서 보여준다. 홀로 지내는 아빠와 같이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는 Ellie,  대학 진학으로 집을 떠나는 딸을 위해 만두를 빚어주는 아빠, 자신이 개발해 낸 새로운 타코 소시지 요리법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만 가족들을 위해 꿈을 접는 Paul,  신을 믿고 가족들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믿는 Aster 그들의 결정과 삶의 방향과 이야기 속에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한다.


4. 관객을 향한 질문 : 사랑에 대한 정의 그리고 당신의 가장 대담한 선


영화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사랑에 대한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보여준다. 사랑은 답이 없기에 무한대의 정의가 있다.  

Love is messy, horrible, selfish and bold, It's not finding perfect half,
but trying and reaching and failing.
 

Ellie는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남자 친구의 청혼에 Yes라고 대답한 Aster에게 묻는다. 그 결정이 좋은 그림을 망쳐버릴 수도 혹은 훌륭한 그림으로 만들 수도 있는 가장 대담한 선인가?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정의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의 인생과 사랑에서 가장 대담한 선은 무엇인가.


5. 열린 결말의 나머지 반쪽의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대부분 해피 엔딩이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함께 한다. The half of it의 매력은 엔딩이다. 아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새로운 길에 대한 탐험의 계기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의 우정 같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얻는다. 신에 대한 믿음,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 자신 내면의 갈등에 질문하며 이미 정의된 것이 아닌 자신만의 대답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해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그들에게 나머지 반쪽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열려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프러제트 (Suffragette, 20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