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러제트 (suffragette)란 1903년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에 의해 설립된 영국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연합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 (WSPU))이라는 운동조직의 여성운동가들을 지칭하는 말로써 1906년 런던 <데일리 메일>의 신문기자가 처음 사용했다. 이들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위해 활동했다. 여성운동가들을 조롱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suffraGETtes”으로 역이용해 그녀들은 투표권을 원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성취(get)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 개발서를 읽지 않아도 삶이 던진 레몬을 레몬 에이드로 만들 줄 아는 긍정의 힘과 행동력 있는 여성들이었을 것이다.
국회 증언을 하는 모드 와츠
모드 와츠 (Maud Watts)는 아내이고 엄마이자 세탁공장의 노동자다. 서프러제트로 활동하는 세탁 공장 동료와 함께 여성 투표권 운동을 위한 국회 증언 장면을 보러 간다. 동료가 매 맞은 얼굴로 나타나자 의도치 않게 직접 증언을 하게 된다. 세탁 공장에서 시작된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말한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 세탁 공장에서 태어났고 7살 때부터 현재 24살까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세탁공장에서 일을 하면 가슴 통증을 동반한 기침, 가스로 인한 다리 궤양, 화상, 두통 등의 병을 얻게 된다. 독성으로 폐가 손상되어 다시는 일을 할 수 없게 된 여자 아이가 있었음을 언급한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노농 시간은 길지만 임금은 적다. 남자들은 배달 일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바깥공기를 쐴 수 있다. 투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녀는 말한다.
“이 생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이 있지 않을까요”
“I thought we might that there is another way of living this life"
세탁공장의 노동자로써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풀어내며 공장의 노동환경과 남녀의 임금 차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시작된다. 평범한 여성이 행동하는 서프러제트가 되는 안에서부터의 깨달음이 시작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길 원해요?” 모드는 남편에게 묻는다.
“당신과 같은 삶” 남편이 대답한다.
모드와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들만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투표권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다음 세대를 살아갈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딸들의 세상을 위해서 투표권을 외친다. 엄마로서 세상 모두의 딸들이 태어날 때부터 성별로 결정지어지는 자신과 같은 여성의 삶이 아닌 인간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삶을 위해 투표권을 외친다.
모드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연설을 위해 동료들과 집회에 참석한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서명과 청원에 의한 자신들의 목소리가 매번 묵살되자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구호로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법으로 여성 투표권을 위한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이 영화는 단지 여성이 투표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힘이 없었는지 보여준다. 여성들의 외침은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들은 행동해야만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의 진압으로 모드와 동료들은 감옥으로 끌려가게 된다. 화가 난 남편은 4일간의 감옥 생활 후 집으로 돌아온 모드를 쫓아낸다. 집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아들로부터 격리된 모드. 남편은 자신이 아들을 혼자 돌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아들을 입양 보내버린다. 법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만날 수도 없고 돌볼 수도 없으며 자신의 눈 앞에서 아들이 다른 가족에게 입양되는 모습을 보고 격분한다.
런던 상점의 유리창을 부수고, 전화선을 끊고 정치인의 집을 불태우는 등 서프러제트의 저항은 더욱 거칠어진다. 그들은 경찰에 의해 구금되고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액체의 음식물들을 호스로 강제로 주입해 그들의 단식 투쟁을 막는다. 이 많은 투쟁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신문에는 단 한 줄의 기사만이 날 뿐 그들의 외침은 묵살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까요?
"How do we make ourselves heard?"
경마 대회에 참석한 에밀리와 모드
서프러제트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을 수 있도록 왕이 참석하는 런던의 경마대회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자신들의 구호를 외칠 계획을 한다. 경마 대회에 참석한 에밀리는 투쟁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모드에게 남기고 왕 소유의 말이 질주해 오는 순간 뛰어들어 사망하게 된다. 에밀리를 위한 장례식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런던의 거리를 행진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투표권 획득 운동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경마장에 뛰어든 에밀리 데이비슨
1914년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영국의 서프러제트 운동은 중단되었다. 전쟁 후 1918년 30살 이상의 특정 재산 소유 자격 요건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 한해 투표권이 주어졌다. 10년 후인 1928년에 비로소 21살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동등한 참정권이 주어지게 된다.
[나라별 여성 참정권 도입 연도]
사우디 아라비아 - 2015
스위스 - 1971
중국 - 1949
한국 - 1948
일본 - 1946
이탈리아- 1945
프랑스 - 1944
영국 - 1928
스페인 - 1924 ~ 1926
미국 - 1920
스웨덴 - 1919
독일 - 1918
캐나다 - 1917 ~ 1919
핀란드 - 1906
뉴질랜드 - 1893
뉴질랜드는 1892년 21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최초의 자치 국가다.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된 핀란드는 유럽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최초의 국가이다. 뉴질랜드부터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것이 불과 100년 안팎의 일이라는 것이 놀랍다. 남성의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됐다. 성인 남성인 자유시민만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 어린아이는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리, 의사 표현의 자유, 교육과 일에 대한 권리 등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인간의 권리로써 투표권.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Women's Right Matter'를 실천한 사람들임을 보여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