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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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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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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Mixed media
구원의 참맛을 알게 하기 위해 하느님은 인간에게
불행을 주신다는 신부님의 말씀은 아무리 애써도
동의할 수가 없다.
한 살에 죽는다고, 백 살에 죽는다고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정녕 지은 죄가 많아 죽음을 주셨다면
서서히 심장만 말라가게 하여 깨끗한 끝을 주시는
자비는 베풀 수 없는 것일까?
몇 개 안되는 장기에서 수천가지, 수만가지 병이 만발하여 기괴한 고독의 일파만파 속에 세상과
작별하는 것은 너무 작심한 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순종 점수가 빵점임을 시인한다.
이왕 백치로 인정된 바에야 빡빡 대들다 가고
싶기도 하다.
성내를 아무리 돌아봐도
모두들 열심히 기도하느라 이같이 오만방자한
인간이 끼어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므로
나도 열심히 기도한다.
'부디 이 죄를 용서해 주세요. 하느님.'
'지구는 안돈다.'고 거짓시인을 해서
사형을 면하고 나오는 길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나오는 길에 나는 고개를 살살 흔들지만
여기서는 편안할 수밖에 없는 나도
하느님처럼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금 근육줄과 헤어져 섬광증으로 번득이는 칼날을
보이고 있는 나의 눈처럼 이 나이가 되어도
어린 시절의 불안과 다름이 없는 것은
눈을 감고 있어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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