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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Feb 08. 2022

하나


Story/Mixed media




어린 시절

골대를 안보고 누굴 피해 달리던 뚱뚱한 아들은

결국 가속이 붙어 피하지 않아 맞는 상처보다

더한 상처를 입어 혼이 났지만

살면서 그런 경우를 떠올리게 되는 일을 종종

겪게 된다.

클럽에 가면 세상사람들이 전부 춤추러 온 것 같고

시장에 가면 또 세상사람들이 끼니  해결하러  전부

그곳에 모인 것 같고 카페에 가면 무슨 할 얘기들을

그리 품고 있었을까 싶더니만

안과병원 역시 눈이 심상치 않은 사람들로 몹시

북적거렸다.

코로나를 피해 보려 열심히 부스터샷까지 맞았더니

이상하게 섬광증과 시력저하가 왔다.

의사는 '아냐. 아냐. 그것 때문이 아냐.'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두 번 다시 주장하지도

않았다.

기다리다 도로 병이 퍼진 예가 한두번이 아닌 나는

경과나 결과도 믿지 않거니와  '살려면 살고 죽으려면 죽겠지.' 따위의 심드렁하고 씨니컬한,

병에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내일 날씨는 내일 돼 봐야 알겠다는 일기예보처럼

원인은 분명하지 않고 피곤이나 영양부족 쪽으로

지껄이는 결과에 대한 약처방은 눈물과 안약으로

던져졌다.

그래..

좋다좋아.

삼십년은 없어 고생하고

또 삼십년은 없지 않으려고 고생한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눈 한번 마주보고 기계로

이리저리 돌린다고 어찌 알 수 있을까?

어제는 약도 받지 않고 왔지만

그래도 겁은 나는지 나는 지금 약을 받으러

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있다.


나는 길의 논두렁 밑 파밭은 완전 살색이다.

살색?

검은?

흰?

누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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