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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Sep 12. 2022

쉰다섯



Story/Mixed media




감나무집 첫째 딸은 거의 매일

빈 주전자를 들고 논두렁 길을 따라

건넌마을 술도가에 술을 사러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오는 길에 목이 너무 말라

주전자에서 출렁이는 막걸리를 한모금 마시게 되었다.

한 모금..

두 모금..

덜 출렁이고 가벼워지니 기분도 좋았다.

아버지는 적게 준다고

술도가 아저씨를 욕하며 다음부터

가지 말라 하셨지만 다음날도 어김없이 시키셨다.

그래서 감나무집 첫째딸은 내친 김에

알콜 중독이 됐다나 어쨋다나...


막걸리병을 보면

멀거니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그뒤로는 게속 되었는지 기억에 없고

이십대의 주종은 서민의 술인 소주였지만

아버지는 술이 아니면 그림도, 당구도, 일상사도

아무 재미가 없으셨나 보다.

이제야 이해가 가서 막걸리보다  더 입에 붙는 술

한잔 같이 하고 싶어도

세월은 그렇게 이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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