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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Sep 22. 2022

쉰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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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떠올랐던 그곳으로 서둘러 간다.

남쪽으로 불다 북쪽으로 도는 바람은

돌며 돌며 가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가득차지 않는다.

강물은 흘러드는 그곳으로

계속 흘러든다.

온갖 말로 애써 말하지만

아무도 다 말하지 못한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못한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이걸 보아라, 새로운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은 우리 이전

옛 시대에 이미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옛날 일을 기억하지 않듯

장차 일어날 일도 마찬가지.

그 일도 기억하지 않으리

그 후에 일어나는 일도 매한가지다.



긴 팔 옷을 꺼내 입고

'벌써?'하면서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풀숲 안에 버려진 백리향이 길로 향기를 뿜으며

'나, 여기 있어.'하면 풀을 헤치고 들어가

안찾아 볼 도리가 없는 가을길.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의 임금인

코헬렛의 말로

나의 가을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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