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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Jun 22. 2024

아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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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

아무리 뽑아도 꿈쩍도 안하는 민들레뿌리를

믿고 홀씨가 되도록 버티는 민들레...

비 올 때는 이유를 모르지만

너무 떠들어대는, 주먹보다 작은 새...

먼 산보다 더 먼 산.

더 먼 산보다 더더 먼 산.

그래서 어우러지는 산의 능선...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름다운 기억이 수북한 시골이라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을 자꾸 합니다.


그 누가 가라고 했나요?

그런 일은 없지만

병원도 없이 큰 탈은 119에 실려 가고

좀 걸을라치면 목과 얼굴에 달라붙는 하루살이와

시도 때도 없이 기어나오는 거미와 지네며

지치는 장소도 모르고 길가에 늘어진 뱀.

이웃집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가

벌에 쏘여 돌아가셨다는,

심심치 않은 일상의 놀라운 소식들은

'나도 가버릴까?'하는

전혀 실천이 불가능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고백하자면

종종..아니고

자주 그렇습니다.

나이가 으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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