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새 비왔어. 몰랐지?" 하고 물었어.
나는 "그래?" 했지.
난 벌써 새벽에 비오는 정원을 몇 번 다녀 왔는데 말이야.
내게 지금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은 당신과의 기억과
거기에 찬조출연했던 키 큰 해바라기와 키 작은 맨드라미와
당신의 분신일까? 싶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호랑나비일 몇마리 뿐이야.
나는 비를 무척 좋아하잖아..
비를 보며 술을 마시면 마음에 응어리들이 살살 녹는 듯 해서
취한 모습 당신이 예쁘게 봐 주진 않아도
그야말로 쌩 까고 마시길 좋아 했잖아.
갤러리 앞에 심어 준 장미가 피었드라.
몇 번이나 축대 공사를 하는 바람에 괜히 일찍 심어서
돈낭비에 고생하고 죽어 간다던 장미가
초온스런 노랑, 빨강 무리 지어 피었다가 졌다가...
당신 죽음에 상관없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어.
꿈이 소멸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누가 말했을까?
당신 꿈과 내 꿈은 같이 소멸된 적이 없거늘...
당신은 왜 가고 없는 것일까?
당신의 죽음은 나의 나락이지만
나의 타락은 아니야.
약속할게.
잊혀지지 않는 옆에서의 숨소리....
건강할 때나 아플 때의
당신 숨소리를 기억하며.
언제까지나
내가 당신을 믿는 마음은 흥정이 되지 않아.
그 무엇과도....
우리 같이 듣던 한오백년의 가사처럼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건조하다 못해 차가운 세상에 따뜻이 만난 사람.
우리 다시 따뜻하게 만나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