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덟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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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만 되면 밖의 불이 점점 밝아진다.

태양이 어느 구석에선가 구물거리며 용트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즈음이면 나는 평소 커튼을 들어 밖의 어둠 속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따위의 소심한 짓은 안 한다.

그 대신 시끄러운 새소리에 '알았어. 알았어.' 대꾸하며 잡초를 뽑기도 한다.

오늘 새벽... 흐림.

밖에 나오니 우리 집에 사는 듯한, 살아온 듯한 도둑고양이가 문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열심히 나를 보고 있었다.

하나가 싫으면 다 싫다.

모든 미움의 근원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질문이 되겠지만

싫음이 먼저 감정의 기반을 잡았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모든 고양이의 눈은 다 싫은데다가 그 아이는 털 색마저 흔하고 탈색된 듯하다.

고양이는 대부분 정갈하다는데 우리 집 아무 데나 실례를 해놓고 밤이면

조용한 발소리도 감지할 수 있는 촌구석에 다른 고양이를 데려와 뒷 베란다에서 시끄럽게 싸움을 벌인다.

낮은 가지에 앉아 초롱 거리는 새는 훌쩍 뛰어올라 잡아먹기도 한다.

아니, 먹는 것은 보지 못했다.

순식간에 물려 죽은 새가 내 앞에 툭 떨어졌을 때 '확!'하고 아무 거나 던져 심한 상처를 주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크지도 않은 그 도둑고양이의 몸 뒤에서 고물고물 겨우 기어 나오는 새끼 세 마리를 보았다.

슬펐지만 미워하는 것과 퉁쳐서 밋밋하게 쳐다 보기로 결심하고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았다.

'슬프고도 귀엽다...'

엄마를 따라다니는 것만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는 본능이 저 조그만 뇌와 마음에 꽉 차 있으리라.

57년을 존재했고 근 1년이 다 되도록 '죽음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못마땅하고 원망스럽고 슬퍼서

나는 지금껏 속없는 빵만 뜯어먹고 살아온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중요한 속은 아예 없었다고.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무슨 머저리 같은 축복의 탄생인가?라고...

그래도 새벽에 마주친 아기 고양이들은

보자마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떤 의미도 없는, 본능에 충실한 좋음일까?



나는 내일부터 다시 그 고양이를 미워할 테지만

사실 내심 새끼를 데리고 나타나면 어쩌나...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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