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예전에는 그를 위해, 그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음식을 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내게 너무 빨리 들이닥친 것이다.
그 사실은 또 다른 시행착오와 씁쓸함을...
관심이어야 하는 어떤 것의 청승맞은 실연처럼.
나에게 개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오늘은 없는 사람을 있는 것처럼
그토록 귀찮아하던 것을 그리움에 못 이긴 행복처럼 상상하기로 했다.
양파를 깔고 지진 두부를 얹어 양념장을 뿌리고 한참을 조린 후
깨를 뿌리는 세심한 동작까지 했다.
찹쌀을 섞어 밥도 짓고 김을 부스락거려 김무침도 하고
치커리와 상추로 드레싱도 하고 이웃마을 안나 씨가 담아 준 된장으로
국도 끓였다.
하지만 먹을 사람은 없었다... 나 외에.
'무(nothing)에 겸손해야 한다.'
그것 하나 깨닫기에 이렇게 지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까?
밀밭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취하기만 한다.
'신이여, 졌습니다.'하고 외치면
부끄러워해야 하나?
모른 듯 뻔뻔해야 하나?
모두들 나처럼의 성대한 고민은 없어 보여
수시로 너무 외롭다.
아무리 아무리 없다 해도 나에게는 있고
아무리 아무리 있다 해도 나에게는 없는 사람.
오늘따라 '잘 있는지.'
대답만이라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