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신의 유품들을 매일매일 들여다 보다가
이십 초반?
어제 나와 처음 만났을 즈음의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
아들 은행 입사 사진과 나란히.. 들키지 않을 만 한 곳에
깊숙이 감춰 뒀더군.
얼마나 슬픔의 깊고 깊은 죄를 지었는지
그렇게 자책하다가도
나도 무려 쉰일곱의 나이에 다다랐음을 떠올릴 때
사람의 고독에 실연당할 나이가 된 것을 알았어.
사람은 누구나 죽고 또한 매일 죽어.
나도, 너도, 그도 죽겠지.
당신이 죽었듯이.
구상의 ' 임종예습'에서는
돌이켜 보아야 착오 투성이 한평생.
영원한 동산에다 꽃피울 사랑커녕
땀과 새싹도 못 지녔다.
이제 허둥댔자 부질없는 노릇이지... 그런 구절이 있어.
김하인의 '죽음을 사랑합니다.'에선
당신 또한 단순히 절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게 젊음의 가장 빛나고 화려한 생명의 순간을
죽음으로 주시는 걸 압니다... 했던가?
박목월의 '하관'에서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온통 꽃피고...
열매 열리고 향기에 마음을 놓는 계절.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삶보다 더 고독이 눈앞에 닥칠 때
죽음에 대한 어떤 자장가도
살고 있는 나를 잠 재우지 못하니
나는 매일 기도합니다.
그에게,
나에게
삶과 죽음이
결코 견딜 수 없는 빛이 아니길....
서로 만날 수 있는 삶과 죽음이
가장 투명한 빛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