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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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취하지 않은 거리를

혼자서 취해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만하게

취하지 않은 사람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얼마 전까지 앞을 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말은 자꾸 말을 먹었습니다.

눈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이유를 묻는 일이 가능한지요?

그렇게 바람의 방향과 맞서지 않으면서도

이유를 꼬박꼬박 물어보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가장 죽여주는 것은

그들의 삶의 기교가 너무 훌륭해서

컬러사진이던 나의 슬픈 일이 흑백 사진으로 인화되어

그들 앞에서 담담해야 하는

나의 슬픔이었습니다.



'그러면 안되지...'라고 수없이 지껄여도

나의 공간에서 도는 쇼팽의 16 트랙 녹턴처럼

나의 소리는 밖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언젠가는...

아마 그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언젠가는.'이 되겠지만

그를 잊는 슬픔이 다시 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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