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안 그리고 몇 날 며칠을 딩딩 놀아도 내게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밖에는.
그 옛날 피 터지게 공부할 시기에 심하게 뒹굴거려도 아아무도 공부하라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무관심과 방치를 가장 심한 학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왠지 요즘 멋쩍은 면역력이 발생한 것 같다.
모든 용서는 나로부터.
모든 감사는 나로부터.
용서하고
감사한다...
질문의 화살이 '퍽!' 꽂히기 전에
다시 그 질문의 방향을 돌려 되물어 보는 것이 정답이다.
문득 생각난다.
교생실습 때 시범수업을 한창 하고 있는데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던지
한 아이가 손을 들자마자 허락도 하기 전에 질문을 해댔다.
왕관은 1대만 썼는지, 아니면 대대로 물려 가며 썼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어땠을까요?'라는 형식으로 질문을 돌렸는데
아이들의 답이 즉시 나왔다.
왕은 머리통 크기가 다르고 무덤마다 왕관이 발굴되므로 1대만 썼다는 것.
부끄럼 타는 어눌한 말씨에 사교적이지도 못한 내 성격으로 수업 땡땡이도 잘 쳐서
한참 밑도는 실습 점수를 한 번에 만회시켜준 순간이었다.
'이래라.'가 아니라
'어떻게 할까?'로
오늘 아들에게 답을 얻었다.
생각해보니 거의 40년이나 지난 일인데
섭섭지 않게 아껴둔 순수한 기억들이 좀 있다.
삶에서 끝점이 반드시 목표가 되지 않는다.
너무 늦은 깨우침이지만 앞으로 쓸모가 있을 것 같다.
감사한다...
용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