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셋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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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내 말을 안 듣는 아들은 여자 친구를 소개하기 전후좌우로

자꾸만 엄마랑 비슷하다 했다.

그것은 아버지를 지독히 원망하면서도 아버지의 반대파는 절대 싫어했던

나의 그 무엇과 같은 것일까?



A4용지, 아르 슈지, 파브리아노지, 한지, 원고지, 색지, 크로키 북, 광목천...

작업실 천지가 종이고 물감이다.

그것은 땅바닥에 작대기로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에 대한

깊숙이 감긴 한일까?



박스로 사다 둔 소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아이는 이제 내게 가장 친근하다.

소박한 알코올이다.

오늘도 내일도 사는 것은 오래된 노란 등을 껐다 켰다... 에 불과하겠지만

그것은 평범한 몰두에서 오는 심오한 철학이므로

이렇게 늦은 나이도

좋은 나이임을 고백한다.

삶의 젊음은 팔아 버리고

젊은 삶에 대한 의리는 지키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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