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기 위해 마당에 뛰어 나오면
해바라기, 다알리아, 국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여기저기 핀 꽃들이
슬퍼 보일 준비를 하는 것 같아.
덩달아 가을엔 사람도 슬플 준비를 해야 하나?
가을의 끝은 겨울.
가만있으면 될 것을...
자신의 목표인 겨울을 향해 자꾸 달려 가고 있어.
겨울이 없다면
가을의 목표는 봄일까?
봄, 여름이 없다면?
비누장사 친구는 비누를 팔아 털조끼와 그의 친구 생일 선물을 산다 부산하고
친구 영심이는 겨울이 오면 곧 난로를 피워 인형 만들기를 한다 하고
딸 시집 보낼 친구들은 사위 밥상을 위해 취산요 그릇을 준비했고...
모두들 돌아보면 올망졸망 즐거운 목표가 있더라.
그래서 나도 기죽지 않게
"나도, 나도..." 그렇게 혼자 외쳐 보기도 해.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모든 사람 중에 당신.
모든 시간 중에 당신.
모든 기억 속에 당신.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고
죽도록 살아야 할 것인지, 살도록 죽어야 할 것인지 분간이 안가.
하지만
오늘도 일어나 앉아 생각해.
쇼팽의 피아노 곡에서 가장 낮은 음으로 몸살 치는
잔잔한 우수를 들으며...
오늘 새롭게 시작되는 슬픔도
내일 돌아보면 뜻이 있겠지.
영원히 지속되는 슬픔이라면
또 그 이유가 있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