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by 사포갤러리






추석에 보름 달이 휘영청 뜰 거라고 하더니

거짓말 안 시키고

정말 쌀가루 색깔의 똥그란 달이 떴어...

하지만

이제 그 보름 달은 어릴 때 마냥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달과는 사뭇 다르더라.

나를 보듬던 어릴 때의 달은

저무는 나이에서 바라보니

군데군데 찻물이 어른거리며

내게 많이 차가워 보였어.






20150926_103024[1].jpg Sappho-Metaphor/Mixed Media






모두들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난 이제 애걸하듯

... 하소서.

... 주소서..라고 기도를 끝내고 싶지는 않아.



그저 닦아낼 수 없는 흔적들에게

신이 코를 들이 대고 옳은지 그른지 킁킁댈까 봐

모르는 척 해주길 바랄 뿐이지...





20150924_122955[1].jpg Sappho-Metaphor/Mixed Media





그만큼

당신과의 흔적은 조건 없이


좋다.

좋다.





작가의 이전글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