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버린 이후로도 난 열심히 장을 보러 다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휙 뛰어 들어 가서 둘레둘레 살피다가
오징어? 낙지? 꽁치? 문어? 명란젓?
들었다 놨다... 수 십 번 반복하는데 한 시간 너머...
결국 텅 빈 장바구니엔
소주와 소주의 친구들이 계산대 위에서 날 무참하게 만들곤 하지.
사람이 단순한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
하나는
배 고프니 밥이 들이 닥쳐 좋아.
졸린데 무엇이든 누워 한 잠을 채울 수 있어 좋아.
추운데 모자와 열이 나를 지켜주니 좋아, 좋아...
그런 종류와
십자가 형에 처해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발부터 못을 박으면 무슨 문제야?
아무 일이 없네....
그런 종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이비 단순형으로
난 참 어렵네...
무척!
해가 저물면 낮의 눈물과는 달리 난 또 숙연해져.
나를 알던 당신과 나만의 거리.
그걸 누가 알까?
아무도 모르지....
안다고 얘기하면
두 달 동안 장을 뱅뱅 돌고 있는 나와
똑같은 멍청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