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by 사포갤러리






누구에겐 한밤중도

누구에겐 이른 새벽이다.

나는 그런 애매한 시간에

애매한 생각으로 잠못 이룰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코앞에 닥칠 일을

멀고 먼 일이라 생각했던 지난 일들이

모르면 오만할 수 있다는 진리를 짚어준다.

몰라서 행복할 수 있었고

몰라서 바랄 수도 있었고

몰라서 원망할 수도 있었고

끝을 몰라서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기도 하고

몰라서는 안된다.

앎을 겁내어 도망가서도 안된다.

그 모든 것은 섭리다..

섭리...

그 섭리에

수긍도 거절도 아닌

'그래요? 그렇군요.'

그 같잖은 태도가

나의 대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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