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겐 한밤중도
누구에겐 이른 새벽이다.
나는 그런 애매한 시간에
애매한 생각으로 잠못 이룰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코앞에 닥칠 일을
멀고 먼 일이라 생각했던 지난 일들이
모르면 오만할 수 있다는 진리를 짚어준다.
몰라서 행복할 수 있었고
몰라서 바랄 수도 있었고
몰라서 원망할 수도 있었고
끝을 몰라서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기도 하고
몰라서는 안된다.
앎을 겁내어 도망가서도 안된다.
그 모든 것은 섭리다..
섭리...
그 섭리에
수긍도 거절도 아닌
'그래요? 그렇군요.'
그 같잖은 태도가
나의 대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