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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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맞닥들인 어떤 이가 인사조로

'언제 쏘주 한 잔 합시다.'한다.

내 이마에

'이슬만 먹고 사는 인간.'이란 문구가
찍혀 있나 보다.


나는 하느님께 빌었다.

'제발제발 술 마시지 않게 해주세요.'

'아멘!'도 빼먹지 않았다.

그러자 '얍!' 술을 끊게 되었다.

너무 놀라워서 사실을 닫고 남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니,

들어줄 이가 없었다...라고 정정한다.


신이 행하신 모든 은총은 비밀이고

흘러가는 나만의 비밀이고

나만이 관전하는 비밀이고

그러나 그 비밀은 곧 마무리된다.

고로 시간이 신일수도 있고

시간이 신의 오른팔일 수도 있다.

사랑은 희미해지고

미움은 잊혀지고

분노는 바람에 곰삭으며

슬픔은 덧없게 만들어서

마지막을 무(nothing)로 만들어 버리는

시간의 능력은 가장 멋진 골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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