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세시봉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어.
눈두덩이가 불어 간지럽기까지 하고
속은 쇠칼쿠리로 쓰다듬는 것 같아서
입에 물을 부을까, 약을 쏟아 넣을까... 고민하던 차에.
물도, 약도 잠시 잊게 하는 그 어떤 것.
피타고라스 공식따위를 공부하거나 교련 시간에 구급약을 처치하던 때,
우리에겐 희망도 절망도 계산할 시간이 없던 때의 이야기지.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 외로이 남아 있는 저 웨딩케이크.
이성의 작동을 중단시키던 노랫말을 들으며
내가 정말 좋아했던 '상아의 노래'를 나직이 불러 보았어.
가끔 살다 보면
문학이나 예술은 삶과 이상의 경계를 흐리고
삶에는 내공을, 이상에는 희망을 주는 것 같아.
그 시절 우리가 처음 만나
인연이 마련해 놓은 몇 장의 카드를 치기 시작했지.
그리고
아직 철부지로 결혼이란 것을 하면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의 혼인서약대로 열심히 살아 버렸어.
살면서 헤어지기도 쉽게 하는 지금에
약속을 지켜버리니...
이처럼 죽도록의 슬픔이 오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