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고 나서
두 달 가까이를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에 그대로 부산했고.
그럼, 출근할 사람도 없는데 출근 시간에 뭐했느냐고?
뻔하지, 뭐...
저녁 준비하려고 몇 번이나 몰아 장을 보고
결국 버릴 것 뻔한 음식을 준비하면서...내내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하다 밥이 다 되어서야
'앗참,먹을 사람이 없지.'
하다가 끝내 눈물로 하루를 마무리했어.
오래오래 길들여진 습관이니
그 정도 시행착오는 기본이겠지.
그리고
오늘 그로부터 약간 달라진 습관들을 곰곰이 생각해 봤어.
아들 출근에 맞춰 약간 늦어진 기상 시간.
당신 사진을 보고 이젠 울지 않고도 주절주절대는 일.
주물러 줄 사람도 없는데 쓸데없이 부엌에 서서 다리를 붓게 하지 않는 일.
잠이 오지 않아도 누워서 감나무 그림자의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물어 볼 사람이 없으니
TV를 보며 무조건의 반대 의견이 있어도 구태어 나의 회의 목록에 담지 않는 일.
기다리기를 싫어해서 시간 약속을 귀찮아했는데 미사 시간을 기다리는 일... 등등
아...
난 또 길들여지고 있구나...
생각했어.
이것이 사람들과 당신이 말한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흘러야..."
그런 것이겠구나.
방황하는 습관과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집시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길들여짐이
문득
슬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