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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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펴기 싫어하는 몸을 갖고 잤더니

몹시 결리는 옆구리로
옷을 몇번 입었다 벗었다 하다가
평소하던 것처럼 어떤 옷도 안어울린다는

결론으로 대충 집히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패랭패랭하던 어린 모가 어느덧

머리 무거운 벼로 자라 넘실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신부님이 새로 오셔서

24세로 일기를 마친 성인 수녀님 이야기를 했다.

난 24세에 뭘했지?

보통 기억나지 않은 지난날은

민감하지 못한, 담담한 숨쉬기였을까?

분명한 것은 평화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떤 것이 진정한 평화일까?

뻔한 답을 가진 평화를 어려워하는

나의 마음은 왜 늘 제자리에서 자라지 못할까?

집 뒤의 쥐나 뱀을 잡아먹지만 매일 마당에 똥을 싸는 도둑고양이에게는 밥을 줘야 하는지 안줘야하는지조차 모르는,
수시로 변하는 판단력때문일까?

왠지

분주하다고 뉴스로 알려대는 오늘 가을은

다들 집이나 차에 들어 앉은 채로

만남들을 기다리니 텅빈 축제같아 슬프다.

그리고

작고한 작가의 소설은
이리저리 빈틈없이 꼬인 얘기를
냉소적 앤딩으로 꾸미느라
얼마나 시름시름했을까를 생각하니

그것도 슬프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슬프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큰 슬픔이 슬프다는 사실을 잊게 했으니

이제 그 큰 슬픔의 소용돌이를
차츰 벗어나고 있는 걸까?

산 사람은 신다는 그의 말을

다시 신중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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