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헤어졌지만 그녀의 글에는 남편을
너무 자주 불러 내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의 글에는 아내를
아주 가깝게 적어 두었다.
그후에 그와 그녀는 또 각각 두세번의
다른 남편과 아내로 바뀌었으니
그렇게 다른 여자와 남자가 아내와 남편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어떤 출발점인지
앞으로 되짚으며 읽기에 화가 났다.
읽는 것을 언제라도 집어치우는 것은 나의 자유지만.
대학 시절 나를 만날 때마다
진도가 없이 항상 출발점에 있는 우리의 관계가
너무 망연스러웠다는 그의 말이 생각난다.
순한 눈 구석에 분노한 오기가 보여 안스러웠다며
그래서 참아 주었다는 말도 생각났다.
이렇게 외로움을 취미삼아
전화도 받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가 되어 있는 걸
그가 본다면
과연 '나'답다고 말할까
아니면 변했다고 좋아할까.
그 어떤 것도 듣기에
슬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