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하나

by 사포갤러리







가끔 진심스런 안부전화를 받을 때면

괜찮다고 해야하나 힘들다고 해야하나

비로소 내 상태를 되짚어 보게 된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힘들다.

죽음에 관해서는 죽는다보다 죽어버린다는

개념으로 한껏 우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삶에 관해서는 조금 더 관대한 듯

그렇게 엉망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내게는 항상 책과 그림이 있다.

강아지에게 무한한 기쁨을 부비는 사람들 이상으로

활자와 도형이 주는 세상은 내게 희망이었다.


한 개씩 깎아 둘이 먹던 것을 많이 깎아두고

혼자 먹는 과일이나

연인으로 사랑했던 기억은 저편에서 웃으며

건들대고 사랑해서 보내지 않으려 애쓰던 기억만

선연하게 가슴저리며

무시하던 사람들의 관심을 잊혀질까 두려워

받아들이고 참는다.

그것이 지금의 나다.


안부전화에 내가 하는 말은 늘

'그럭저럭 살지.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자꾸만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한때는 '헤쳐나간다'는 말을 즐겨쓰고 실제로

그것이야말로 용기있는 삶이 아닐까 확신했었지만

내가 살아본 60년의 결론은

'똑바로 바라 보는 것.'이 삶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시작과 끝을 잘 바라 보면서

가급적 동요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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