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하게

by 사포갤러리










맨드라미.jpg Watercolor on Paper/Life






40여 년 전 우리의 고교 시절에는 아주 이상한 교육방법이 심심찮게 있었지.

그중에 하나, 국어 시간에 유명한 시인의 시는 무조건 달달 외워야 한다는.

물론 선생님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입시 준비로 그 정도의 통달은 기본이 아니겠느냐는 원칙 아닌 원칙이 존재했잖아.

같은 학년이었으므로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 사실이 이해 안되고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슬 거부감이 일기 시작했어.

선생님은 수업 시작 전에 몇몇 학생을 시켜 외우는가를 검사했고

못 외울 시는 항상 어깨에 메고 다니는 몽둥이가 점잖게는 손바닥, 나태하다는 생각으로 괘씸해지면

엉덩이, 구제불능이라 생각되면 맨살 종아리까지 공격이 가해졌어.

당시 그다지 공부도 떨어지지 않는 편인 나는 한 번 걸리니

친구들은 재미있어하는 반면 선생님은 슬슬 괘씸해지기 시작했는지 매 시간 외우기는

나부터 지적이 시작됐어.

안 외우는 게 아니라 못 외우는 척의 연기는 통하기가 어렵더라.

말이 없고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했던 나는 그 덕분에 말 걸어오는 친구가 많아지자

은근히 사기가 올랐는지도 모르겠어.

난 늘 시 단원이 닥치면 그 단원이 지나갈 때까지 얻어 맞고 수업이 시작됐지.

아직도 묘한 표정의 선생님 얼굴이 생각 나.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그 아름다운 시에

사랑이 먼저인지 추억이 먼저인지

순서가 왜 중요한 거지?



어떤 예에 불과하지만

나는 아주 작을 때부터 맘 속에 cool에 대한 의지가 작동했던 것 같아.

고집이 세고

아무리 무엇으로 꼬셔도 내가 누추해진다 싶으면 단호했었는데.





SDC11662.jpg Watercolor on Paper/Life





당신이 그렇게 가고 나니

나의 cool한 전선이 마구 흐드러지고

이상이 생긴 것 같아.

은근히 아들이 나가지 말고 대화는 없어도 나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렇게 아픈데도 무신경함이 섭섭하다는 생각과

친구의 사소한 방관도 날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턱없는 생각이 마구 들고

혼자서의 의지가 자꾸 약해지며

시간의 오지랖이랄까?

TV 먹방 속에 위대함을 부러워하며 멍해지기 일쑤야.

이런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앞으로 심해지면 안되는데...

걱정스러워.

모두들 말하는 대로 시간이 해결해 줄까?

차카게 살자... 보다는

cool하게 살자...라는

평소에 당신에게 강조하던 나의 신념이

모쪼록 이어지게 도와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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