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간
고독에 초췌해진 내 모습이 낯설어 보이더니
오랜만에 감기에 걸려들었다.
주사 한방에 급물살 치료를 바랐건만
의사는 감기를 비웃는 듯이 처방전만 찍고
다음 다음 환자 진료 종을 쳐댔다.
안듣는 말이나
듣기 싫은 말이나
접속이 안되는 말이나
구걸하는 말이나
마음의 페스트처럼
황망하여 어떤 끈의 구실을 남기지 않는다.
거의 이십년 가까이 일요일 아침에
맥주잔의 소주 한 잔으로
힘겨운 노동을 시작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사십도의 열도 감기도 몸살도
나는 나의 병 축에 끼워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기억은 하나도 훌륭하지 않다.
사람은 아파해야 아플 수 있고
사랑해야 사랑할 수 있다.
숙제를 실컷 풀고 주무르고나니
엉뚱한 급경사가 펼쳐지지 않았던가.
어떻게 나을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희망이라는 것은
삶의 결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