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셋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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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길고

길지만 짧은 삶을 사는 우리.

서른 해에 마친 인생이나

아흔 해까지 마치지 못한 인생이나

길고 짧은 것은 오직 신만이 판단할 일이다.


내일이 슬퍼 보인다고

오늘까지 슬플 수 없고

어제 아픔의 싹이 온전하다고

오늘 또 아플 수 없다.


매일매일 맨 처음의 기억처럼

널부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으로 나에겐 충분한 기적이다.

나의 존재를 나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육십 해를 해내지 못한 나의 숙제다.


한 번쯤 내게도 믿음이 존재했었지만

완전한 허구였는지도 모르겠다.

허구를 허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허구속에 존재했던

믿음이 내겐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산다는 것은 유전적인 기술인 것 같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조작만이 오래갈 수 있다.

잘해보려고 요리조리 비틀다간 낭패다.

오늘...부스럭거리다가

다시 오늘...중얼중얼거리다가

또 오늘...두리번거리다가

그렇게

오늘보내기작전을 세우는 가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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