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집단을 대표하여.

by 사포갤러리







20151019_123616[1].jpg Sappho-Metaphor/Mixed Media







자고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별 뜻 없이 그려 댔는데도 후세에 해석은 너무 거창하여

작가의 소신이 부풀려져 영혼까지 창대해지는 경우가 있어.

심지어는

그들의 그림이 얼마나 호기심을 주면

보이는 표면 그림만도 부족해서 혹시 원본 밑에 다른 그림을 깔았나 알아 보기 위해

X-선인지 무슨 선인지를 쬐어 작가가 실패해서 덮어 버린 것까지

밝혀 낸다고 하던데...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지.



오늘 가을 볕을 못 이겨 뛰쳐나가서

기껏 한다는 일이 화방구경.

요즘 보라색에 꽂힌 내가 산 물감의 색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브릴리언트 퍼플, 다이옥싸이진 퍼플, 프리즘 바이올렛...

하기야

물감 색은 빨강, 조금 더 빨강, 노랑, 샛노랑...으로 지칭되는

붓도 물감도 제대로 없는 옛날에

고흐, 클림트, 쉴레, 샤갈, 모딜리아니...

다들 존경스럽고 훌륭한 거장들이지.

당신에게 툭하면 얘기했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시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내 소견.

비웃거나 말거나...

비난하거나 말거나...



사실

요즘 화가는 도처에 흔한데

내 주위에는 물감도 못 사는 가난한 작가가 많아.

곰브리치가 누군지, 오페라 색은 뭔 색? 음악 오페라?

돈이나 지식은 딸려도

시대나 기회만 잘 탔으면 훌륭했을 작가가 많아.

니가 어떻게 아냐고?

왜 있잖아.

명제로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 아우라말이야.

그들의 아우라는 그림에 대한 변함없는 진지한 자세나 열정이지.

등에 땀나도록.

지겨운 가난에도 나사 하나 빠진 듯 여전히 주눅 들지 않고.

행진!!



가끔 사람들이

아주 굳은 맹세를 할 땐 '영혼을 팔아서라도'라는 말을 하지.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며칠 노동하고 물감 사고

물감 떨어지면 다시 노동하고...

그런 작가에게 이미 영혼은

그림에 저당 잡힌 거니까.

아마

저 세상 가서도

그려대고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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