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를 가졌을 때
아들이면 태명을 놈, 딸이면 년으로 하기로 했지.
이 놈, 이 년...
뱃속에 있을 때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금해진 당시에
우린 낳을 때까지 놈일까? 년일까?
별반 소용없는 선택의 고민으로 즐거운 상상을 했었지.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 '문미숙'이란 아이는
할아버지가 출생 신고하러 가셔서 손녀 이름을 얘기하는데
몽땅 빠진 앞니 때문에 가운데 글자를 빼먹어서 '문 숙'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할아버지의 실수로 좌우지간 '문 미숙'이란 평범한 이름에서 '문 숙'으로
외 자의 이름은 잘 없던 시대에
80명의 반에서 꽤 관심 끄는 이름이었어.
난 어릴 때 내 이름이 무척 싫었어.
아니, 지루하게 느껴졌지.
별반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서 무의식 중에
관심받을만한 이름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던 이유일 거야.
미나리가 나물 이름인지도 모르고 엉뚱하게
내 이름을 미나리로 바꿔 달라고 어머니께 조르기도 했었지.
그래서일까?
대학 1학년 때 처음 만난 이래로
강산이 4번쯤 바뀌고 마지막까지
당신은 항상 나를 내 이름으로 불렀어.
누구 앞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혼자서
가을향기 풍성한 창가에 앉아
호호백발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내 이름을 부를 당신 생각과
응? 하고 돌아볼 나를 상상하니
슬슬 헛웃음이 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