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으로 충분하다.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by 아트필러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작품


XL <아침 그리고 저녁> 표지 Ⓒ예스24


사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상자가 발표되고 나서야 그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출시되고 팔린다는 사실이

애초에 우리는 좋은 소설과 작가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작품을 내 기준에서 판단하지도 못하겠다.

솔직히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인데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든다.

명망 높은 상을 받았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거나 재미가 없으면

나의 독해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읽고 싶은 건 사실이다.

알고 있던 작가라면, 숨겨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모르는 작가라면,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용기를 내기 위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처럼 수상작품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전 세계 모든 인구의 투표로 수여되는 상은 없다.

노벨문학상이 모든 인종과 문화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수상자를 선정한 MD들의 추천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마음이 가벼워진다.


처음 만난 작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기대 이상이었다.

점점 읽어가면서 가속도가 붙고 몰입되는 작품이었다.

초반부는 어려웠다. 원어가 아니다 보니 언어의 리듬이나 호흡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문체와 문장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내용과 감정의 윤곽이 드러났다.


세상에 태어난 첫날과 세상을 떠난 마지막 날

그 이틀이 인생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

그간의 모든 날들이 생략되어도 아무렇지 않다.


인생의 모든 날들에 대한

그럴듯한 묘사와 상세한 부연설명과 복잡한 심리표현은 필요 없다.


마치 영화의 첫 장면과 끝 장면만 보았음에도

인물들의 기쁨과 슬픔이 파도처럼 한 번에 와닿는 느낌이다.


내 감상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다.

다른 독자들의 감상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


이 책을 읽든, 읽지 않든

이 책이 상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이 책이 감동적이든, 전혀 그렇지 않든

우리는 태어났고 죽을 것이다.

이 허무한 진실이

이 책을 붙들고 놓지 못하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리고 다시 아침 그리고 저녁이 찾아올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의 적과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