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소설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by 아트필러

미란다 줄라이의 <No one belongs here more than you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를 읽었다. <3시의 나>(아사오 하루밍)에서 보고 읽고 싶어 읽게 되었다. 혹시 소개글을 읽고 읽게 되었다는 소개글을 읽고 읽고싶어졌다면 마지막까지 스크롤을 내리지 말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자. 알고 읽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책 속에서 책 추천을 받을 때는 설명이나 감상이 장황하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작품들에 끌린다. 마치 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우연히 발견한 기분이 들어서 두근거린다.


img_2010071611485464_b.jpg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표지 Ⓒ 문학동네


방금 글을 쓰다 깨달았는데 그녀는 한때 나의 롤모델이었다. 그렇게 진지한 무게의 롤모델은 아니었지만, 대학교 발표 시간에 그녀를 소개한 적도 있었다. <예술하는 습관>(메이슨 커리)에서 알게 되었다.


영화 제작자이자 공연예술가이며, 각본과 단편소설,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한 줄라이는 엄격한 자기수양 덕분에 그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과 존경스러운 글쓰기에 대한 집중력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신기한 점은 내가 소설을 읽는동안 전혀 이 이름이 익숙하다고 느끼거나 글에서 이런 작가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조금 더 삶에 시니컬하고 어떻게든 조금은 자포자기해버린 경험이 있지 않을까했는데, 물론 그런 순간도 인생에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규칙, 죄의식, 독설, 기만 등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나아간 사람으로 소개된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마 삶에 단단히 옭죄어있기에 이렇게 자유롭고 파격적이고 제멋대로인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었던걸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불건전한 생각을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가 필요하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금욕주의적이고 실제로는 전혀 멋대로이거나 여유롭지 않은 루틴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들이 놀랄만큼 발칙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아마 정말 퍼져있다면 그 글은 세상에 나와 다른 시대와 공간의 내가 읽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다른 시공간의 독자를 위해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건 체력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무리라면 다음 문단을 읽으시길. 어디선가 들어본 작품의 목록에 끼워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 그런 목록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번이고 다시 읽게 될만큼 좋아하는 작품도 함께 있어야겠지만. 읽은 것만 좋아할 수 있다면 인생은 너무 짧고 재밌는 책은 너무 많으니 분명 아쉬울테니까.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라는 제목으로 번역 되어 있어서 뭔가 로맨스인가 싶었는데. 살짝 들춰보거나 첫 장을 읽을때만해도 분명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끈적거리고 흥분되고, 처절하고, 잔혹하고, 차갑다. 밖에서 읽으면 분명 위험한 책. 그렇지만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읽는 관능적인 소설. 그리고 제목은 '이 곳에 정말 어울리는 건 너뿐이야.'라는 의미보다는 '여기있는 건 너뿐이야.'라는 뜻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근사한 곳에 멋진 상대와 함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면 시궁창 같은 곳에 혼자 헐떡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건 좋은 건가, 슬픈 건가. 모든 이야기가 아무것도 전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씁쓸한 술맛도, 달달한 초콜릿 맛도 아닌 달콤쌉쌀한 위스키 봉봉 맛이 난다. 그 미묘한 맛이 매 단락의 끝에서 느껴진다. 그래도 이래저래 기분좋게 취하는 건 마찬가지.


쓰다보니 여러 책들이 이리저리 얽혀졌다. 이런 연결의 순간들은 언제나 짜릿하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은 것도 그 즐거움을 더 자주 느끼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근사한 주말을 위한 추천 작품


달콤쌉싸름한 영화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청춘은 잃어버릴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쓸쓸하면서도 너무 다정해서 곱씹게 되는 대사.

같이 청춘을 보낸거니까
누구도 빚진 건 없어.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131017_168%2F1381987195039X9m5y_JPEG%2Fmovie_image.jpg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스틸컷 Ⓒ 네이버 영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