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일 / 일요일 / 날씨: 호락호락하지 않은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눈이 마주친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일단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나
끝내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물기 제거용 기다란 청소솔을
화장실 타일 바닥에 퍽퍽 내려치다
플라스틱 부분이 조각나며 부서져버렸다.
결국 바퀴벌레는 죽였지만
밀려오는 허무함이란.
이겼지만 진 것 같은
묘한 찝찝함이란.
몇 초 전만 해도 멀쩡했던 물건을 다시 사야 한다는
뼈 아픈 낭비에 대한 후회란.
하필 그걸 손에 쥐고 휘두른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괴로움이란.
부서지는 걸 보고도 아무 생각 없이 몇 번을 더 내리쳐
기어코 산산조각을 냈다는 어이없음이란.
귀찮아서 자주 쓰지 않았지만 막상 부서지니
매일 쓰던 걸 못 쓰게 된 것 마냥 치미는 분노란.
대체 뭘까.
이런 소시민적인 슬픔이란.
그러한 새벽을 위한 신청곡을 띄운다면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으로
평소에는 좀 더 부드러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버전을 좋아하지만
이 괴로움에는 귀에 예리하게 내리꽂는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어울린다.
그 와중에도
슬픔의 크기에
걸맞은가를 고민하는
이런 소시민적인 미학이란.
https://www.youtube.com/watch?v=MO887wmDBtQ